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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반도체 칩 설계에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SW)를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이 강점을 보이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까지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소재용 다이아몬드와 산화갈륨, GAAFET(가펫) 구조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SW, 가스터빈엔진 가압연소기술 등 4종의 품목을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올리고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들 품목을 수출하려면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서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 품목이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고 미국이 중국 견제의 핵심 수단으로 반도체를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겨냥한 규제란 분석이 많다.
특히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급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가펫 EDA 수출을 통제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비수(匕首)’와 같은 조치로 꼽힌다. EDA는 반도체 칩 자체의 구조와 기능부터 생산 방식, 검증까지 전체 과정을 설계할 때 쓰는 SW다.
중국은 반도체 제조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설계에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등은 이미 5~7㎚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했다. 하지만 설계용 EDA는 미국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미국산 EDA의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미국의 EDA 수출 통제로 중국은 미래 기술 개발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