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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은 자주포·전차 등 '미들급 무기' 강점…본고장 美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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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화그룹 모태는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이다. 1974년 정부로부터 방산업체로 지정받으면서 방위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국내 최대 방산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룹의 방산 사업은 지주사 격인 ㈜한화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자회사인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 등 네 곳이 맡고 있다. ㈜한화는 유도무기·탄약,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엔진 부문을 맡고 있다.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은 각각 자주포와 장갑차, 통신·레이더에 특화돼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다. 지난해 12월 호주를 시작으로 올 2월 이집트, 지난달 말 폴란드와 대규모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잇달아 맺으면서 ‘K방산’의 위상을 드높였다. 세 국가와 최근 1년 새 체결한 K9 자주포 수출 금액만 6조원이 넘는다. K9 자주포 수출은 2020년부터 한화디펜스를 이끌고 있는 손재일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손 사장은 1991년 한국화약에 입사한 뒤 30년 동안 줄곧 방산 계열사에서 ‘한우물’을 팠다. 지난 12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만난 그는 “K9 자주포의 우수한 기술 경쟁력과 함께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수출에 성공한 비결이 무엇일까요.

“우선 K9 자주포는 품질이 우수합니다. 자주포는 누가 더 빨리, 멀리 쏘느냐가 핵심입니다. K9 포탄의 최대 사거리는 40㎞며, 분당 6~8발을 쏠 수 있습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습니다. 국내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제품이 과연 몇 개나 될까요. 특히 앞으로 개발될 K9A3는 사거리가 80㎞ 이상에 달할 전망입니다.”

▷방산 강국인 미국, 독일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한국은 자주포를 비롯한 탱크 장갑차 등 ‘미들급’ 무기의 강자입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방산 선진국은 핵무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하이엔드급’ 무기 기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미들급 무기 개발에 공을 들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작년 말부터 수출이 본격 늘기 시작했습니다.

“무기도 수명이 존재합니다. 끊임없는 성능 개량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요구합니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이런 면에서 적극적입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작은 부품이라도 고객이 필요하면 무조건 조달합니다. 한국인 특유의 고객만족 정신이라고 할까요. 고객 니즈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신뢰를 쌓는 배경이 됐다고 봅니다.”

▷무기도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뜻입니까.

“통상 무기를 30년가량 사용하는데, 수출 후 10년마다 부품 교체 및 정비 보수를 해줘야 합니다. 정비 보수에도 당연히 돈이 들어갑니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역량을 갖춰야 할 부문이 정비 보수입니다.”

▷K9 자주포 국산화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재 80% 수준입니다. 엔진은 독일 제품을 사용합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100% 국산화도 가능합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100% 국산화를 위해 엔진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문제일 뿐 투자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무기 부품이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누가’ 체계를 조립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최근 계약을 체결한 폴란드가 무기 대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옵니다.

“폴란드 연 국방 예산이 20조원인데, 이번 국내 무기 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그런 우려가 나온 것 같습니다. 대금 지급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폴란드 정부가 국방 예산을 증액할 뿐 아니라 관련 펀드도 조성해 충당할 계획입니다.”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 수출도 앞두고 있는데요.

“레드백은 호주 LAND400 3단계 사업을 위해 한화디펜스가 독자 개발한 최첨단 보병전투장갑차입니다. 기존 국내에서 운용하던 장갑차를 호주에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호주 육군의 요구에 부합하는 장갑차를 새로 개발한 것입니다.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호주 육군이 원하는 성능과 니즈를 100%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남태평양 섬나라인 호주가 장갑차를 대거 구입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호주 인구는 한국의 절반가량이지만 국방 예산은 한국의 70% 수준입니다. 규모에 비해 무기를 많이 산다는 뜻입니다. 호주가 안보 차원에서 가장 신경쓰는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이 동남아시아로 남하하면서 호주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위협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 장갑차 등 무기를 구입하려는 것입니다.”

▷미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까.

“호주 자체 사업도 중요하지만 미국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개념이기도 합니다. 호주는 미국과 함께 4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 및 영어권 국가들의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모두 가입돼 있습니다. 호주와 함께 공동 마케팅을 펼치면 미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술 개발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첨단무기 경쟁력을 갖추려면 소프트웨어 인력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인력을 뽑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현재 한화디펜스 연구개발(R&D) 인력 중 소프트웨어 인력은 10%에 불과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업체는 우리보다 연봉을 훨씬 많이 주기 때문에 인력을 확충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학과의 산학 연계를 통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방산기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요한 지적입니다. 미국, 유럽에선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리스크 완화를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방산 기업 통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 방산업계는 가격 경쟁이 심했고 저가 수주가 만연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방산업 종사자가 너무 많습니다. 문제는 내수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보고 대형·통합화를 장려해야만 합니다.”

▷한화 방산 계열사 통합도 같은 맥락입니까.

“맞습니다. 한화디펜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입니다. 오는 11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단계적으로 합병할 계획입니다. 합병을 통해 항공방산과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현재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순위는 30위인데, 2030년까지 ‘톱10’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인수합병(M&A) 등 투자 계획이 있습니까.

“자체 역량 강화와 함께 M&A 및 조인트벤처 설립, 지분 투자 등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 손재일 사장은

△1965년 대구 출생
△영진고·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1년 한국화약 입사
△2007년 ㈜한화 방산팀장
△2017년 한화지상방산 대표
△2020년~ 한화디펜스 사장


정리=강경민/김형규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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