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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티켓파워 다갖춰…무대 누비는 老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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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에서 70~80대 유명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연을 빛내는 감초 역할뿐만 아니라 화제작의 주역으로 ‘티켓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15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7일 개막하는 연극 ‘아트’에 배우 이순재(87)·백일섭(78)·노주현(76)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작으로, 세 남자의 오랜 우정이 사소한 계기를 통해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지금껏 세계 35개국에서 공연된 인기작이다.

국내에선 2003년 초연 이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지만 원로 배우들로 구성된 ‘시니어 버전’으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서 이순재는 지적인 항공 엔지니어 ‘마크’ 역을, 백일섭과 노주현은 각각 우유부단한 문구 영업사원 ‘이반’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 역을 맡아 세 친구의 우정을 연기한다. 오는 12월 11일까지 서울 동숭동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올해 초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오영수(78)와 연극계 ‘대모’ 박정자(80)는 연극 ‘러브레터’(10월 6일~11월 13일, 예술의전당)에 출동한다. 미국 대표 극작가 A R 거니의 대표작으로 1988년 뉴욕 초연 이후 현재까지 30개 언어로 번역돼 공연되는 스테디셀러다.

유년에서 노년까지 50여 년간 두 남녀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인생과 사랑을 그린 연극이다. 주인공 ‘멜리사’는 배우 박정자·배종옥이, 멜리사의 오랜 연인이자 친구 ‘앤디’는 배우 오영수·장현성이 연기한다. 멜리사와 앤디가 관객을 향해 편지를 읽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인 만큼 배우의 섬세한 표현력과 연기 호흡이 돋보이는 극이다. 실제로 배우 박정자와 오영수는 1971년 극단 자유에서 만난 것을 시작으로 무대 안팎에서 50년 넘게 인연을 이어 온 사이다.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된 연극 ‘두 교황’ 무대엔 배우 신구(86) 정동환(73) 서인석(73) 등이 주역을 맡는다. 2013년 자진 퇴위로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뒤를 이어 즉위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배우 신구 서인석 서상원과 정동환 남명렬 등이 각각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역을 담당한다. 2019년 영국 초연 이후 이번 국내 공연이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같은 해 넷플릭스 자체 제작 영화로 제작돼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주요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연극은 오는 30일부터 10월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원로 배우들이 조연이나 단역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한다. 지난 13일 폐막한 연극 ‘햄릿’은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권성덕 등 대배우들이 출연해 주목받았다. 극 중 ‘햄릿’(강필석 분) ‘오필리어’(박지연 분) ‘레어티즈’(박건형 분) 등 주요 역할은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젊은 배우가 맡아 “무대 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극계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배경엔 노배우들의 연기력과 티켓파워 등이 거론된다. 중소형 극장에서 마이크 등 확성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배우의 발성에 의존해 전개되는 연극은 배우의 내공과 깊이 있는 연기력이 중요한 장르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안정감이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는 얘기다.

이름값 높은 원로 배우들이 출연 목록에 이름을 올리면 기존 20대 관객층 외에 중장년층 이상으로 관객층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원로배우가 대거 출연한 연극 ‘햄릿’의 연령대별 예매 비율은 20대(25.5%) 30대(21.7%) 40대(24.4%) 등으로 20~40대가 고르게 나타났다. 50대도 16.1%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극 전체 예매자 중 20대(47.1%)가 평균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관객층이 고른 편이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좋은 작품이라면 조연이나 단역으로라도 출연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원로배우도 많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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