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비싼데 추석이 다가올수록 더 오르겠죠. 차례상을 어떻게 차릴지 걱정입니다."
주부 김미숙 씨(64·가명)는 추석을 앞두고 벌써부터 식비 걱정을 하고 있다. 여름 내내 고공행진했던 채솟값은 최근 폭우까지 내리면서 더 치솟았다. 소 ·돼지고기 가격도 예년보다 배로 뛰었다. 김 씨는 "추석 대목이라고 가격이 더 오를 텐데 한숨만 나온다"며 "그간 코로나19 때문에 못 보다가 오랜만에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인데 음식 준비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푸념했다.
길어진 폭염에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까지 겹치면서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채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수확철에 생산량이 줄어든 배추와 무, 감자 같은 농산품 가격은 50~70%까지 치솟았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까지 속출하며 정부는 추석(9월10일)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뼈대로 하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3% 올랐다.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크게 오른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공공요금,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일제히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그 중에서도 농축수산물이 7.1%로 6월(4.8%)보다 유독 많이 올랐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는데, 올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작물의 생육 부진과 출하량 감소가 심각했던 탓이다. 비료 가격 인상으로 생산비가 증가한 것도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요인이다.
때문에 추석 명절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추석 성수품 가격 역시 줄줄이 상승해 배추는 72.7%, 무는 53% 뛰었다. 오이(73%), 시금치(70.6%), 상추(63.1%), 부추(56.2%), 미나리(52%), 파(48.5%), 양배추(25.7%) 등 채소류도 급등했다. 수입 쇠고기(24.7%), 돼지고기(9.9%), 닭고기(19%) 등 축산물도 올랐다. 최근 생산량이 감소한 양파(18.8%), 마늘(11.7%), 감자(41.1%) 등도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문제는 평년보다 이른 추석(9월10일)으로 성수품 수요가 8월 말에서 9월 초에 집중될 것이란 점도 밥상 물가의 오름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농산물 가격은 가공 식품과 외식 등 다른 부문의 가격도 밀어 올릴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논의하고 추석 기간 중 배추·사과·소고기·계란·참조기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3만t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평시 대비 1.4배 수준으로 비축분 방출·긴급수입 등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한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은 행사별 1인당 한도를 1만∼2만 원에서 2만∼4만원으로 상향하고 사상 최대 수준인 65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20대 성수품을 20∼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국민께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야 할 것"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하고 정부도 할인쿠폰 등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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