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담긴 전기차 보조금 규정과 관련해 미국 측에 “통상규범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또 “‘북미 내’로 규정된 전기자동차 최종 조립과 배터리 부품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미국 통상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4300억달러(약 560조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해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220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법안에는 배터리용 광물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 혹은 북미에서 재활용될 경우, 배터리 부품은 북미에서 제작·조립된 경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기아 등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처리될 경우 북미에서 배터리 부품을 제작·조립해 생산하는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이 지급돼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에 대한 수요가 한국 기업으로 몰리면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자동차·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법안이 통과된 뒤 국내 제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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