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8.5%)이 한풀 꺾인 것으로 나와 주목된다. 41년 만의 최고치였던 전달(9.1%)보다 0.6%포인트 떨어졌고, 시장 예측치(8.7%)보다 0.2%포인트 낮게 나왔다. 여기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주요 테크기업의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며 ‘인플레 정점’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기 논쟁의 중심이 인플레에서 경기 대응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한국은 아직 인플레 정점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당장 수도권과 충청권을 강타한 115년 만의 ‘물 폭탄’ 등의 여파로 식탁 물가가 비상이다. 지난달 6.3%를 찍었던 물가는 내달 7%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도 물가 비상에 농산물 비축분 방출뿐 아니라 할인쿠폰, 할당관세 등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물가 대응만큼 중요한 게 경기 침체 대비다. 당국은 올해는 물가를 잡고, 내년엔 경기 침체에 대응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그러나 여러 대내외 상황을 감안했을 때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올초 배럴당 140달러대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최근 90달러대로 크게 떨어졌다. 물가는 계속 오름세지만 전월 대비로는 계속 증가폭이 줄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곧 미국과 같은 인플레 정점 논란이 시작될 것이다. 반면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알리는 국내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하락세를 탄 지 오래다. 소비·투자에 이어 ‘경제 버팀목’이던 무역수지마저 4개월 연속 적자다. 삼성 등 주요 기업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도 암울하다.
그 어느 때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 상승 일변도의 금리 정책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닌지, 어떤 시기에 어떤 내용으로 경기방어용 재정대책을 가동할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투자와 소비가 지나치게 움츠러들지 않도록 각 경제주체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세밀한 노력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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