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가 줄고 특정 인기 모델 차량의 값이 뛰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난 8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폭우로 침수된 차량들이 1~2개월 뒤 정비를 거쳐 중고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만큼 예비 구매자들이 침수차를 피하기 위해 인증 중고차 등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11일 AJ셀카의 8월 온·오프라인 내차팔기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고차 전체 평균 거래량은 직전월 대비 10% 줄어든 반면 중고차 전체 평균 시세는 같은 기간 13.6% 올랐다.
AJ셀카는 "고유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이 지속하면서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하고 연비 효율이 높은 경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판매하려는 사람은 현저히 감소하는 등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시세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아의 경차 '레이'와 '더 뉴 레이'는 전월 대비 거래량이 각각 62%, 70% 급감했지만 시세는 각각 11%, 20% 상승했다. 현대차의 준중형 SUV '올 뉴 투싼'과 기아의 '스포티지 더 볼드'는 전월 대비 거래량이 각각 15%, 44% 감소한 반면 시세는 4%와 10% 올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요는 그대로인데 최근 반도체 부품난 등으로 인기 차종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져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한 두달 뒤 정비를 거쳐 중고차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른바 '검증된 차'를 구매하려는 예비 구매자들의 수요가 특정 차량에 쏠려 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4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4072건으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이 559억8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폭우는 수입차 구매 비중이 높은 강남 지역에 집중되면서 고가 차량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 구매를 피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인증 중고차가 꼽힌다. 인증 중고차는 중고차 업체가 외장뿐 아니라 내부까지 깨끗하게 수리한 후 성능에 이상이 없음을 인증한 중고차를 뜻한다.
때문에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차량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기업 브랜드를 걸고 하는 만큼 안전성 면에서 인정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침수차의 경우 아예 인증 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만큼 침수 차량을 피하고 싶은 소비자는 인증 중고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은 지난해에만 총 3만대에 육박하는 인증 중고차를 판매했다. 2019년까지 1만대 수준이었던 이들의 중고차 판매량은 최근 신차 출고 지연 등과 맞물리면서 2020년 2만5680대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