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을 벌이는 1위 업체 대만 TSMC보다 법인세와 인건비, 인력수급, 인프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삼성전자, 세금·인프라 등 경영 환경 열악"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삼성전자와 TSMC 본사가 있는 국내, 대만의 조세정책과 인센티브, 인력수급 현황 등 경영환경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우선 기업에 가장 큰 조세부담으로 작용하는 법인세의 경우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25%)이 대만(20%)보다 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삼성전자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TSMC보다 여전히 높다.
세액공제 측면에서 TSMC는 연구개발(R&D) 투자 15% 세액공제, 패키지 공정비용 40% 지원, 반도체 인력육성 보조금 등을 지원받았지만 삼성전자는 R&D 투자 2% 및 시설투자 1%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아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다만 이달 초부터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시행되면서 R&D 비용(2%→30∼40%) 및 시설투자(1%→ 6%) 세액공제율이 인상돼 국내 투자 환경이 대만보다 다소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특히 인건비와 인력수급 측면에서 TSMC가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 TSMC의 임직원 평균임금은 약 9500만원으로 삼성전자(약 1억4400만원)보다 인건비 부담이 훨씬 적었다. 연간 반도체 인력 양성 규모도 대만(1만명)보다 한국(1400명)이 한참 부족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방안'을 발표해 관련 인력 10년간 15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해당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개선될 여지가 있으나 당분간 삼성전자의 인력수급은 TSMC에 비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은 대만(kWh당 134.2원)이 한국(110.5원)보다 비쌌지만 수도 요금은 대만(t당 486원)이 한국(719원)보다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 반도체 기업·지역 주민 원팀…한국은 반대 부딪혀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기업과 국가의 연합 경쟁 시대가 됐으며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 있어서 기업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대만이 극심한 가뭄을 기록했을 당시 대만 정부가 반도체 공장 인근 지역 농민들을 직접 설득하고 주민들 협조로 농업용수를 TSMC에 우선 공급하도록 해 TSMC를 포함한 반도체 공장이 정상 가동이 가능했다.
한국의 경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지역 주민 민원을 이유로 여주시의 공업용수 지원 반대에 부딪혀 있는 것은 대만과 상반된 모습이라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최근 세계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상원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520억달러(한화 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고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공공·민간투자 430억 유로(약 56조원) 'EU 반도체 지원법'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자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총 투자비의 40%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기업들이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인력양성 등에 대한 지원 및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