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확산한 가운데 막힌 배수로가 침수 피해를 더할 수 있어 주의가 당부 된다.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수도권에 500㎜ 넘는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배수가 쑥쑥 잘 돼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배수구 곳곳이 담배꽁초 등으로 막혀있어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경기권에도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물바다가 된 의정부 한 도로에서 배수로를 뚫었더니 금세 물이 빠져나갔다는 사연이 공유됐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네 배수로 뚫어준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오늘(9일) 운동하고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밖을 보니 갑자기 물바다가 됐다"며 "한 시간도 안 되는 새 근처 상가까지 물에 잠기는 등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A 씨가 공유한 사진에는 도로가 침수돼 인도와 차도 구분은 없어지고 도로 위 차들은 바퀴가 물에 잠긴 위급한 상황이 담겼다.
A 씨에 따르면 이때 한 중년 남성이 배수로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어 "아저씨가 배수로를 뚫으니까 물결이 회오리처럼 빨려들어갔다"면서 "10분도 안 돼서 그 많던 물이 다 빠졌다"며 "배수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8일에도 '강남역 슈퍼맨'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사연이 공유됐다.
사진에는 침수된 강남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맨손으로 도로변 배수관 덮개를 열어 물길을 막고 있던 낙엽, 음료수병 등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을 공유한 B 씨는 "아저씨 한 분이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 한복판에서 배수관에 쌓인 쓰레기를 맨손으로 건져냈다"면서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도 금방 내려갔다. 슈퍼맨이 따로 없다"고 감사를 표했다.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배수로가 막히면 장마철 집중호우기 큰 침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집주변 배수구를 스스로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침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중부권에 집중된 이번 폭우로 현재까지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5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주택과 상가 2600여동이 침수됐고 산사태 11건, 토사유출 29건 등 각종 수해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전도 41건 발생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