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고 압도적인 액션은 일품이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카터’는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독특한 촬영 기법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터는 지난 5일 공개된 이후 단숨에 글로벌 순위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은 자꾸 겉돈다. 몰입감을 방해하는 개연성이 못내 아쉽다.
지난 5일 공개된 ‘카터’는 영화 ‘악녀’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이 만들고, 배우 주원이 주연을 맡았다. 유아인 등이 출연한 영화 ‘#살아있다’(2020)가 1위를 차지한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 중에선 뚜렷한 화제작이 없었다. 그런데 2년 만에 2위까지 오른 작품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기억을 잃은 카터(주원 분)가 의문의 여성으로부터 특정 지시들을 받게 되고, 임무를 하나씩 수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감독은 오프닝부터 대규모 폭발 신을 넣어 액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카터가 속옷 한 장만 걸치고 낫을 든 채 공중 목욕탕에서 100여 명과 싸우는 장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며 적과 싸우는 장면 등도 다른 영화에선 쉽게 볼 수 없던 설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나치게 잔인해서 종종 눈을 감게 되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시청자가 직접 온라인 게임을 하는 듯한 영상을 찍은 독특한 촬영 기법도 눈여겨봐야 한다. 카터는 귀에서 들리는 음성 지시대로 움직이는데, 영화 초반 카메라는 그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촬영한다. 카터가 주변을 둘러보면, 카메라도 그 시선을 따라 주변을 찍는 식이다. 카터가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적들도 카터의 위치와 시선에서 찍었다.
카터가 이들을 제거해 나갈 때면 단계별로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영화 초반 20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촬영하는 ‘원테이크’ 기법도 전면에 내세워 생생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스토리의 공백으로 빛을 보지 못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야기 전개 방식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이 가득하다. 대대적인 글로벌 흥행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 이유다.
온갖 장르와 클리셰(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온 진부한 표현)를 뒤섞어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폭력적인 상태로도 만드는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액션물에 좀비물까지 더했다. 남북한과 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북한의 내부 정치 이야기도 모조리 섞었다.
그런데 이 결합이 자연스럽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카터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연관성, 카터가 북한에 머물게 된 이유 등도 뜬금없다.
‘카터’가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K콘텐츠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화려한 볼거리를 탄탄하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에 올려놓을 수 있어야 국내외 시청자들의 K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