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의사 결정이 느려지고 번복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사퇴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애초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만5세 취학연령 학제 개편의 정책 취지와 제도 개편 방향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정책을 발표한 점을 사과한 후 부총리직을 사퇴하겠다는 게 그의 당초 입장이었다.
대통령실도 처음엔 이런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인적 쇄신에 대해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발언한 이후에도 한동안 사퇴 발표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백브리핑에서 사견을 전제로 “오늘 사퇴 여부가 발표되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부총리는 그러나 오후 4시가 지나 본인 거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오후 5시30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며 부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된 부총리 사퇴 시점이 앞당겨진 것은 여론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물러나기로 결정된 박 부총리가 굳이 국회에 출석해 소명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윤 대통령의 홍수 피해 현장 점검 행보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최근 한번 내린 의사 결정이 뒤집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당시 윤 대통령과의 면담 여부 의사결정도 오락가락했다. 이틀간 대통령실 메시지가 ‘만남이 없다’→‘만남을 조율 중이다’→‘원안대로 만나지 않는다’→‘통화하기로 했다’ 등으로 수차례 바뀌었다.
여권 관계자는 “학제 개편,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 등 민감한 제도 개편안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고는 정책 추진과 제도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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