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의 재건축 사업이 최근 서울 시내에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노후 주택들의 재건축은 정부의 도시재생 촉진 제도의 혜택을 받아 활기를 띠고 있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구의 ‘나홀로 아파트’(아파트 한 개 동)인 대치선경3차(조감도) 재건축 조합은 인허가의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위한 감정평가 작업을 시작했다. 1990년 준공된 54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한때 재건축이 어렵다고 판단해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기존 9층 건물을 허물고 지하 7층~지상 18층 총 68가구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을 신축하기로 했다.
단지와 분리돼 독자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초구 방배삼호 12·13동 재건축 조합도 지난 7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배삼호 12·13동은 다른 동과 달리 주거지역이 아닌, 준주거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분리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8층짜리 아파트 두 동으로 이뤄진 개포럭키아파트(128가구)와 서울 대치동의 연립주택(150가구)인 비치타운도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소규모 노후 주택의 재건축이 활발한 것은 정부가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각종 인허가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건축 제도를 활용하면 일반 재건축에 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강남구 삼성동 98 일대 빌라 재건축조합은 2020년 초 시공사를 선정한 뒤 약 1년6개월 만인 이달 관리처분총회를 마치고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절차가 동시에 진행돼 사업 속도가 빠른 데다 임대주택을 지으면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적용받아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사업은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이하인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청약통장 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고 수분양자의 실거주 의무가 없으며 전매도 가능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개발로 분류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대형 건설회사들도 앞다퉈 미니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