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증시에서 친환경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가 임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도 큰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美 기후법안 통과에 수혜주 들썩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저점 대비 약 35% 올랐다. 태양광 모듈판매업체 현대에너지솔루션도 약 80% 급등했다. 씨에스베어링, 씨에스윈드 등 풍력업체도 같은 기간 일제히 20~30% 상승했다.지난달 말 조 맨친 민주당 상원 의원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찬성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 정부는 10년간 기후 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를 위해 3690억달러(약 481조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제조·처리 업체 지원에는 약 600억달러를 쓴다. 국내 태양광업체 중에선 한화솔루션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1.7G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갖고 있다”며 “내년 2분기 1.4GW 규모 공장을 추가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업체도 낙수효과를 볼 전망이다. 이 법안에는 전기차 매수자에게 7500달러, 중고 전기차 매수자에게 4000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전기차 누적 판매량 20만 대 이상인 업체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이번 법안에서는 제외 조항이 빠졌다. 누적 판매대수 20만 대를 넘긴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도 동일한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 중엔 테슬라, GM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고 미국에서 GM,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큰 수혜 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GM과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LG화학도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격화된 에너지 패권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의 에너지 패권전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관련주에 투자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천연가스 주 수입원을 러시아에서 미국 등으로 바꿀 채비를 하고 있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천연가스 수출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수목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러시아에 의존하던 가스 수입처를 미국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유럽으로 LNG를 운반하기 위한 운송 관련 업종이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LNG 운송지수인 ‘UP 월드 LNG 시핑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선별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아직 LNG 운송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출시되지 않았다. 골러 LNG, 카타르 가스운송, 플렉스 LNG 등이 편입돼 있다.
미국 에너지 미드스트림 분야의 인프라 관련 종목을 모아둔 ‘글로벌 X MLP&에너지 인프라스트럭쳐 ETF’도 눈여겨볼 만하다. ‘퍼스트 트러스트 내추럴 가스 ETF’는 천연가스 탐사, 추출 등 업스트림 관련 종목부터 운반, 보관 등 미드스트림 관련 종목에 전반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중국도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6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1%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친환경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홍콩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 X 차이나 클린 에너지 ETF’를 담아볼 만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