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74·사진)은 전북 임실 진매마을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2008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섬진강변에 살며 자연과 동심을 노래했다. 흐르는 강물은 시인에게 세월의 의미를 고민하게 했다. “어느 날 강을 건너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나이 서른이었고, 앉았다가 일어나 보니 마흔이었고, 감았던 눈을 보니, 나의 인생은 또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길어서 지루하든 짧아서 아쉽든 인생의 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고,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삶은 한 편의 시처럼 완성된다.
김용택이 인생의 순간을 담은 시를 모아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를 최근 출간했다. 0세부터 100세까지 각 나이에 어울리는 시를 발췌하고 짧은 글을 덧붙였다. 자신의 시 외에도 박목월, 윤동주, 신달자,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국내외 주요 시인의 시를 실었다.
수록된 시는 각 나이의 독자에게 맞춤형 공감과 위로, 조언을 건넨다. 사춘기 13세에게는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하고 고백하는 윤보영의 ‘어쩌면 좋지’를 들려준다. ‘불혹’을 한 해 앞둔 39세 독자를 위해서는 “사십이 되면/더 이상 투덜대지 않겠다/이제 세상 엉망인 이유에/내 책임도 있으니”라는 구절이 담긴 전윤호의 서늘한 시 ‘서른 아홉’을 적었다.
60세 독자에게는 “사랑이, 인생이 별것인가요?”라고 얘기하는 자신의 시 ‘인생’을 소개한다. 옆에는 이런 짧은 글을 실었다. “오늘부터 무직이 되었다. 환갑에 무직, 정말 좋은 말이다. 뭐든 내 맘대로 하자. 혼자도 좋다. 혼자 잘 놀자. 아주 심심하게 놀자. 싫은 일은 하지 말자. 이것이 내가 무직이 된 퇴직 첫날 아침 첫째 다짐이다.”
“삶이 쌓이면 저절로 시가 되어 나온다, 즉 인생은 시다.” 김용택 시인은 “시인이 생각하는 인생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답을 해왔다. 그는 책머리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나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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