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 그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기능주의와 합리주의를 외쳤다. 젊은 시절의 르코르뷔지에는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필로티로 살짝 띄운 건물, 여러 사람이 독립적이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합주택’을 설계했다.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인 ‘롱샹 성당’은 결이 다르다. 프랑스 동부 벨포트 시골마을의 200명만 들어갈 수 있는 이 건물. 종교 건축물의 수직적 욕망 없이 마치 화가가 쓱쓱 스케치로 그려낸 듯하다. 르코르뷔지에는 롱샹 성당을 위해 꼬박 5년을 바쳤다. 게 껍데기에서 영감을 얻은 지붕은 성당 뒤에서 앞으로 벽과 함께 솟구치며 모서리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울고야 만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지붕 틈새로 들어오는 자연의 빛만으로 예배홀은 성스럽고 웅장해진다.
스위스 시골 마을 출신인 르코르뷔지에는 원래 화가를 꿈꿨다. 산에서 매일 스케치를 했다. 건축가로서의 모든 영감도 그림에서 얻었다. 유년 시절 꿈이 되살아났던 걸까. 그가 성당을 완공했을 때는 63세였다. 이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4평 오두막에서 살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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