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은 젊은 시절 ‘러시아의 쇼팽’이라고 불릴 만큼 쇼팽 스타일의 낭만적인 피아노 소품을 많이 썼다. 피아노 소나타는 평생에 걸쳐 작곡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그는 스무 살이던 1892년에 쓴 1번부터 1913년 완성한 10번까지 모두 열 편의 소나타를 남겼다.
이 중 올해 작곡가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국내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에 가장 자주 오르는 소나타는 3번 F# 장조(1898)다. 유자 왕이 지난 6월 내한공연에서 핵심 레퍼토리로 연주했고, 박재홍(9월)과 문지영(11월), 에릭 루(12월)도 독주회 연주 목록에 이 곡을 올렸다.
3번은 스크랴빈이 초인사상과 신지학에 빠져 그만의 독특한 신비음악을 창조하기 이전에 마지막으로 쓴 낭만주의 소나타다. 전통적인 4악장 형식에 더없이 강렬했다가 우아해지고, 서정적이면서도 내밀한 감정의 서사가 담긴다. 작곡가는 이를 ‘영혼의 여러 형태’라고 표현했다. 3악장 ‘안단테’에는 스크랴빈이 “별들이 노래한다”라고 했던, 사랑스럽고 꿈결 같은 선율이 흐른다. 열정이 넘치고 변덕이 심했다는 20대 청년 낭만주의자 스크랴빈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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