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의 2분기 실적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가격 결정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코카콜라 등은 탄탄한 수요와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을 지배했다. 물가 상승 기조에 발맞춰 판매 가격을 올렸지만,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명품 업체들 역시 대담한 가격 인상 정책을 펼쳤는데도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1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0.04% 상승한 891.8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등의 우려로 600달러 선까지 급락한 테슬라 주가는 어느새 900달러 선을 다시 넘보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킨 실적 성적표 덕분이다. 테슬라의 2분기 매출(169억3000만달러)과 영업이익(24억6000만달러)은 전년 대비 각각 41.6%, 87.7% 급증했다. 니켈, 리튬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 국제 물류비 상승, 중국 공장 가동 중단 등 온갖 악재를 뚫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핵심은 가격 인상이었다.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전가해 수익성을 지켜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서만 여섯 번 가격을 올렸다. 제품 성능이나 디자인 개선과는 상관없는 가격 인상이었다. 테슬라의 2분기 평균 판매단가(ASP)는 5만733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8% 급등했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은 8496만원으로 지난해 초(5999만원) 대비 약 40% 급등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단한 수요를 바탕으로 판매 가격을 올려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코카콜라도 강력한 브랜드의 힘을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 실적을 방어했다. 코카콜라는 2분기 제품 가격을 5%가량 올렸지만 2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 2분기 순매출(113억2000만달러)과 조정 순이익(30억6000만달러)은 각각 전년 대비 11.8%, 16.6% 증가했다. 올 하반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코카콜라는 오히려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를 기존 7~8%에서 12~13%로 상향했다.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명품 업체들도 호실적을 냈다.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2분기 매출(367억유로)과 영업이익(102억3500만유로)은 각각 전년 대비 28%, 27.9% 급증했다. 경기 침체로 명품 수요도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견조한 실적이었다.
LVMH 주가는 지난 한 달 새 18.12% 상승했다. 에르메스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9.5% 상승해 시장 기대치(13.2%)를 웃돌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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