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첨단분야 학과는 교원만 확보하면 석·박사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의 일환이다. 하지만 석·박사 정원 증원은 반도체 인력난의 핵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지방대는 물론이고 서울대조차도 이미 배정된 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석·박사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반도체 등 첨단분야는 교원 확보율 100%만 충족하면 석·박사 정원을 늘릴 수 있다. 기존에는 교원에 더해 교사, 교지, 수익용 기본재산까지 4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증원이 가능했다. 첨단분야가 아니어도 사회가 요구하는 분야에서 대학 간 공동교육 과정을 운영한다면 석·박사 증원을 허용한다.
학부 정원을 줄여 대학원 정원을 늘릴 때의 기준도 완화된다. 그동안은 학사 정원을 1.5명 줄여야 석사 정원 1명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부 1명을 줄이면 석사 1명을 증원할 수 있다. 또 첨단분야 학과(전공)에 한해 석사 2명을 감축해야 박사 1명을 증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분야로 확대된다.
학계에서는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열악한 연구 환경까지 겹쳐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도 대학원생을 모집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6~2020년 대학원 충원율’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주요 16개 대학의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평균 86.1%다.
서울대조차도 대학원생이 부족하다. 서울대 일반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2016년 85.7%에서 2019년 77.2%로 꾸준히 감소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사과정 재학 중인 박솔아 씨는 지난 6월 교육부 토론회에서 “반도체 관련 대학원은 연구에 필요한 서버,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부족하고 학생에 비해 지도교수가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인재가 연쇄적으로 유출되며 지방대학원은 고사 직전이다. 수도권대 출신은 해외 대학원으로, 지방대 출신은 수도권 대학원으로 빠지면서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학원은 외국인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동석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소수 대학원을 빼면 우리나라 많은 대학원이 외국인으로 채워진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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