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전·월세 보증금을 빌릴 수 있는 ‘청년 맞춤형 전세대출’ 이용자 10명 중 6명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증으로 이자 부담을 낮춘 이 상품은 5대 은행을 포함해 14개 금융회사가 판매하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규모가 5대 은행의 4%에도 못 미치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청년 전세대출에선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맞춤형 전세대출 취급액은 3조96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취급액(5조8638억원)의 70%가량이 이미 공급됐다. 올 들어 금리가 치솟으며 가계대출 수요가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실수요가 대부분인 전세대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청년 맞춤형 전세대출은 금융사가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보증금의 90%까지 최대 1억원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만 19~34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보증금도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 이하면 이용 가능하다. 청년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대출’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대출’보다 금리는 높지만 소득·보증금 요건이 넉넉해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인기가 많다.
이 대출은 14개 금융사에서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은행별 취급 실적을 보면 ‘카카오뱅크 쏠림’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청년 전세대출 취급액은 2조4216억원으로 전체의 61%에 달했다. 국민(13.4%) 신한(8.4%) 우리(5.1%) 농협(3.3%) 등 5대 은행 취급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이날 기준 대출금리는 카카오뱅크가 연 3.3%로 주요 은행(연 3.28~3.55%)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도 카카오뱅크에 대출이 몰린 것은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청년층의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100% 모바일로 처리하고 토요일에도 오후 10시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에서 수원으로 이사하며 카카오뱅크 전세대출을 받았다는 한 소비자는 “주거래은행에선 수원 지점에서 대출을 실행하라고 권해 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카카오뱅크에서 신청했다”며 “3일 만에 대출 승인이 나 편리했다”고 했다.
‘플랫폼 경쟁’에 열을 올려온 은행권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똑같은 상품인데도 판매 격차가 벌어지는 건 플랫폼 경쟁력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청년 전세대출 대상자를 주거래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뼈아픈 결과”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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