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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발레의 언어…가슴 앞으로 양손 포개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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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발레의 대표작인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 공주에게 지그프리트 왕자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지그프리트는 오데트에게 다가가 가슴 앞으로 양손을 나란히 포갠 뒤 자신의 심장 앞에 갖다 댄다. “사랑한다”는 뜻이다. 오데트가 팔로 ‘X’자를 그리며 거절한다. 그러자 지그프리트는 오른손으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가리킨 다음 다시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붙여 하늘을 가리킨다. “결혼해 주세요, 맹세하리다”라는 의미다.

발레에도 언어가 있다. 발레 마임이다. 마치 수화처럼 말 없이 동작만으로 인물의 세밀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한다.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줄거리가 있는 고전 발레에선 발레 마임을 미리 알고 가면 더 즐겁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동작과 의미가 직관적으로 통하는 마임이 대부분이어서 기억하기 어렵지 않다. 가장 기초적인 마임은 ‘나’와 ‘당신’. 양손의 가운데 손가락이 본인을 가리키면 ‘나’라는 뜻이다. 반대로 ‘당신’은 손을 벌려 상대를 향하게 한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면 ‘입맞춤’이란 뜻이다. ‘기억하다’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만지는 동작이다. ‘망각하다’는 양손을 내밀어 손바닥을 위로 하고 조용히 머리를 흔든다.

추상적인 감정이나 표현도 마임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감사하다’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고마운 사람을 향해 한 손을 가슴에서부터 아래로 내린다. ‘간청’은 깍지 낀 두 손을 모아 애원하는 몸짓을 하면 된다. ‘분노’는 머리 위로 팔을 들고 팔꿈치를 앞으로 해 주먹을 떠는 시늉을 한다. ‘슬픔’은 손가락으로 얼굴에 떨어진 눈물 자국을 따라 선을 긋는다. 손등으로 얼굴 윤곽선을 따라 원을 그리면 ‘아름답다’는 뜻이다.

발레 무용수들의 신체와 동작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말이나 글만으로는 그 감동이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발레 마임을 미리 익혀 공연장을 찾아 국경과 언어의 차이를 초월한 순수한 몸짓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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