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앞당기기로 한 데 대해 논란과 우려가 적지 않다. 교육부는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4년에 걸쳐 매년 3개월씩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도 “취학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취학 전 사교육 부담을 공교육으로 조기에 흡수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중장기적으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겨 취업, 결혼, 출산 등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학제 개편에 학부모는 물론 교육단체 및 전문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 현장,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추진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도 없던 계획을 교육부가 갑자기 들고나오자 졸속 추진 우려와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학제 개편의 영향이 초등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고·대학은 물론 취업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므로 신중한 논의와 추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 학제 개편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첫째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정부의 설명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부작용이 더 클 것인지다. 아이들의 지적 성숙이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하지만 5세 아동의 인지 및 정서 발달 정도가 초등학교 학습 내용을 소화할 정도인지 연구·검토가 필요하다. 선행학습을 비롯한 과잉 사교육의 폐단을 1년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초등학교의 전일제 돌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맞벌이 부모의 보육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설득력이 있다.
둘째는 학제 개편의 연쇄적 파급효과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에는 2018년생 32만6000여 명과 2019년 1~3월생 8만3000여 명 등 41만 명가량이 입학한다. 학제 개편의 연쇄작용은 중·고·대학까지 이어져 늘어난 학생을 감당하기 위한 교육 공간과 시설, 인력 등이 필요하다. 또 연쇄효과가 끝날 때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역작용도 겪어야 한다. 이 시기 입학생들은 25% 안팎의 더 높은 입시 경쟁률과 취업 경쟁률을 겪어야 한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학제 개편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계획을 세웠다가 추진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부작용이 더 크다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보다 장기간에 걸쳐, 예를 들면 12년에 걸쳐 매년 한 달씩 입학 대상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신속한 추진보다는 정교한 연착륙 대책을 포함한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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