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이너스 통장(마통)에 실수로 송금해 대출금을 갚아준 경우 은행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주식회사 A 사가 B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사는 2014년 9월 3일 원래 송금해야 할 사람이 아닌 C 씨 계좌로 3180여만원을 보냈는데, 해당 계좌는 그해 8월부터 대출이 연체돼 빚이 8400여만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송금된 금액은 자동으로 B 은행에 C 씨 대출금을 갚는 데 쓰였고, A 사는 착오 송금을 이유로 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이에 A 사가 B 은행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송금으로 인해 이득을 본 자는 대출금 채무를 변제 받은 C 씨이고, B 은행은 이득을 본 것이 없다고 봤다.
또 마통에 입금된 돈은 즉시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되므로, 송금액에 대한 인출금 채권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마통 잔고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돈이 이체되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대출약정에 따라 수취은행의 대출채권과 상계가 이뤄지는데, 수취인은 대출채무가 감소하는 이익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또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 수취인과의 적법한 대출거래약정에 따라 대출채권의 만족을 얻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일반 예금계좌에 착오송금된 금원에 대해선 수취은행이 아닌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해야 한다는 법리가 존재했다"면서 "마이너스 상태의 마이너스 대출 약정계좌로 금원이 착오송금된 경우에도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최초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칙적으로 은행에는 송금된 돈이 착오로 온 것인지를 조사할 의무가 없고, 착오 송금을 한 사람은 은행이 아니라 입금을 받은 사람에게만 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송금 의뢰인이 "실수로 송금을 했다"고 은행에 직접 알리고 수취인도 은행 측에 반환을 승낙했다면 은행은 수취인에게 받을 빚이 있더라도 송금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