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캄보디아 프놈펜 호텔에선 '코리아 소프트웨어 인적 자원개발센터'(KS-HRD센터) 10기 수료식이 진행됐다. 현지 수료생들은 팀 단위로 돌아가면서 기획한 서비스를 발표했다. 토스·뱅크샐러드처럼 개별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PocCash'와 누구나 작가가 돼 글을 쓸 수 있는 'StoryMe', 농부들과 수요자들을 이어주는 'E-Crops'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소개됐다.
이날 행사를 이끌어낸 이는 웹케시그룹의 석창규 회장이다. '핀테크 산증인'으로 불리는 석 회장은 캄보디아 정보기술(IT) 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2013년 현지에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 기관인 HRD센터를 설립했고 지금껏 이끌고 있다. 이 센터는 해마다 현지 명문대학 10곳의 IT 전공생 80여명을 선발해 무상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까지 9년간 센터가 배출한 졸업생만 560명에 달한다.
올해로 자그마치 10년을 쏟았다. 석 회장이 동남아시아 최빈국에 HRD센터를 내면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경닷컴은 27일 석 회장과의 유선 인터뷰를 진행해 현지 인재 양성 센터의 청사진과 향후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석 회장이 캄보디아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IT 소외국에 우리 기술을 전파하기 위한 사회공헌의 측면이고 둘째는 몸값이 치솟고 있는 개발자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용하는 비용효율의 측면이다.
"HRD센터 수료생들은 우리나라의 개발자들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한국의 웹케시그룹에서 일하는 센터 출신 인력들이 이를 방증하죠. 물론 원조를 받는 데 익숙해진 캄보디아 학생들을 실무에 끌어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평균 4년가량의 적응할 시간을 주니 이내 '내가 돈 받고 일한다'는 생각을 갖더라고요. 초기 투입비용이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들 고급인력을 원하는 때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게 되는 겁니다."
석 회장은 향후 해마다 웹케시 개발자 대여섯명씩은 HRD센터에서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웹케시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센터 출신 인력들은 현재 20명 안팎으로 파악된다. 그는 "HRD센터 우수 수료생 10여명은 먼저 국내 IT 기업들의 합작 법인인 '코사인'(KOSIGN)에 들어가서 전문 기술을 익힌다. 이 곳에서 최소 2년간 개발 업무를 경험한 이들 가운데 웹케시 개발자로 일할 사람을 찾는 식"이라며 "수료생들의 능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HRD센터를 통해서 향후 석 회장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결국 '국제사회 공헌'이다. 기술 수요가 높은 최빈국에 교육과정을 지원해 해당 국가의 I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웹케시' 이름 석자가 한국 대표 IT 기업으로서 현지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것은 덤이다.
"웹케시는 우리나라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견기업입니다. 하지만 10년을 공들인 지금 캄보디아 IT 전공생들 가운데 '한국'과 '웹케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조만간 중앙아시아 국가인 타지키스탄에도 캄보디아에 설립한 HRD센터와 비슷한 형태의 교육기관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센터 설립 10주년을 맞은 석 회장은 '얼마나 더 운영할 계획인지 묻는 말에 "최소 10년은 더 한다"고 답했다. 석 회장은 "지난 10년간 구축한 인프라가 아깝지 않느냐"며 "끝을 정해두지 않고 계속해서 운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통화를 끝내기 전 석 회장은 기사에 꼭 담아달라며 말을 남겼다. "웹케시라는 조그만 회사가 캄보디아에서 일군 성과를 국내 중견기업들이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중견기업들이 IT 소외 1개국씩만 맡아서 인재 양성에 힘을 쓴다면 10년 뒤의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씨앗을 심는다는 의미로 접근하면 좋을 겁니다. 뿌린 씨앗을 거두는 게 우리일 수도, 우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보람찬 일이지 않습니까."
한편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웹케시의 올해 2분기 매출액 226억원, 영업이익 56억원, 당기순이익 4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2분기 대비 매출액은 18.95%, 영업이익은 30.23% 증가한 수치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