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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인플레 아르헨…통화가치 15%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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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암시장에서 폭락하고 있다. 올해 말 90%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과 국가 채무, 정치적 혼란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암시장에서 페소·달러 환율이 지난 22일 기준 337페소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소·달러 환율은 페소 가치와 반비례한다. 따라서 페소 가치가 암시장에서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는 뜻이 된다. 지난주 암시장에서 페소·달러 환율은 15%나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내국인에게 월 200달러 한도 안에서만 달러를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통화 가치의 추가 폭락을 걱정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이 암시장에서 페소를 팔고 달러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암시장에서 페소 가치가 연일 추락하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의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격차는 150% 이상 벌어졌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1989~1990년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인들이 자국 통화를 버리고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이유는 경제적 불안에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1년 전 대비 64%를 기록했다. 미국 모건스탠리 등은 아르헨티나의 연말 물가상승률이 90%를 돌파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국가 채무도 문제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9000억페소(약 68억달러)어치의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페소를 더 찍어내 국채를 상환하는 ‘돌려막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진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24억달러에 불과해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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