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해외 무대를 누비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등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6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K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사업보국’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5대 그룹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그룹별로 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주요 공략 국가를 나눈 뒤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표밭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위촉직 위원에 모두 이름을 올린 5대 그룹 총수들은 해외 출장을 가거나 외국 기업 인사를 만날 때마다 유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집중 홍보하고 있다. 오는 28일 방한하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현지 매장을 활용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LG는 지난 21일부터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5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커딜리광장 전광판에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프랑스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로고가 새겨진 차량으로 시내를 순회하며 홍보 중이다.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로 불린다. 산업·과학기술 발전 성과를 소개하고 개최국 역량을 과시하는 경제·문화 올림픽이다. 1851년 런던에서 처음 개최됐다. 엑스포는 5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종합박람회인 등록엑스포와 그사이 열리는 중규모 특화 전문박람회인 인정엑스포로 나뉜다.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 등 국내에서 열린 두 차례 엑스포는 모두 인정엑스포였다. 광범위한 주제로 최장 180일간 열리는 등록엑스포는 인정엑스포와는 위상과 성격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유치위원회 설명이다.
정부는 2020년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공식 신청했다. 지금까지 월드컵과 하계·동계올림픽, 등록엑스포를 전부 개최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엑스포는 총사업비가 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사업비의 12배가 넘는 6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50만 명에 이르며, 엑스포가 열리는 6개월 동안 5050만 명의 방문객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추정된다.
2030 엑스포 유치 경쟁은 부산,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 등 3파전 양상이다. 당초 러시아 모스크바가 유력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치 의사를 자진 철회했다. 부산은 세 차례의 BIE 총회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내년 초 현지 실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 11월 BIE 회원국 170개 나라의 비밀투표에 의해 개최지가 결정된다. 현재 판세는 ‘오일머니’로 무장한 리야드가 가장 앞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초 유치위원회 내부에선 이번 유치 활동을 2035년 엑스포 유치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준비하자는 의견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유치위원회 1차 회의에서 ‘부산엑스포 대박론’을 강조했다. 그는 “수십, 수백 번이고 두드린다면 박람회 유치라는 대박이 터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일엔 한류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을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독일 바덴바덴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기적이 재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당시에도 경쟁국에 비해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대역전에 성공했다.
강경민/박종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