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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의 하반기 향방을 좌우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번주 집중적으로 나온다. 나스닥지수가 이달 들어 7% 이상 반등하는 등 최근 호전된 기술주 투자심리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투자자는 다소 실망스러운 기업 실적에도 ‘의연한’ 대응을 하고 있고 고액자산가들은 대출을 늘리며 적절한 투자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빅테크 2분기 실적 발표 이어져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 빅테크인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 넷플릭스를 제외한 나머지의 2분기 실적이 이번주 공개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6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27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보잉, 화이자 등 S&P500 기업 중 3분의 1가량이 이번주에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번 2분기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의 주요 특징으로 실적 부진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 점을 꼽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월가 추정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을 공개한 S&P500 기업들의 주가는 발표일 이틀 전후로 평균 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 평균치인 2.4%보다 낙폭이 줄었다.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사례도 있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32%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다음날 주가는 3.4% 뛰었다. 넷플릭스도 2분기에 가입자 97만 명이 이탈했다고 공개했지만 시장에서는 ‘예상보다는 덜 줄었다’고 반응, 다음날 주가가 7.3% 상승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뉴욕증시는 오름세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 5%가량 올랐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7.3% 상승했다. S&P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에 그치며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저조할 것이라는 추정에도 오히려 투자심리는 회복되고 있다.
투자자의 낮아진 눈높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증시 반등의 이유를 투자자의 기대치가 낮아진 데에서 찾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강(强)달러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해외 실적 악화 등 다양한 경고음이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도리어 기술기업 등 성장주 투자에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었다. 이달 들어 S&P500지수를 구성하는 산업 중 비필수 소비재와 정보기술(IT) 업종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레슬리 톰슨 스펙트럼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이 이들 업종에 투자하기 좋은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업종의 주가 낙폭에 비해 2분기 실적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S&P500 편입 종목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6.9배로 지난해 말(약 21배)보다 낮다.
미국 부유층이 상반기에 대출을 대폭 늘린 이유도 최근 시장의 관심사다. 모건스탠리와 BoA의 자산관리사업부는 지난 2분기 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500억달러, 주식 등 담보대출은 23% 늘어난 930억달러를 기록했다. BoA의 자산관리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한 2220억달러를 기록했다. WSJ는 “경기 침체 경고에도 미국 부유층은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