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이재명 수사를 이대로 계속 끌고 가면 ‘이재명은 무죄’라고 선언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논란에 “빨리 수사를 매듭짓고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5선 중진인 설 의원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나섰다. 이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 후보 중 ‘반(反)이재명’ 색채가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이낙연 전 대표 측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앞서 설 의원은 이 의원을 둘러싼 대장동·변호사비 대납 등 의혹을 거론하면서 “정치공학적으로 봤을 때 집권여당 입장에선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참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자칫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의 리스크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이 의원 수사가 어떤 식으로든 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것이 설 의원 판단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이 의원 수사 결과를 올 여름을 넘겨 가을에 내놓는다고 하면 국민들은 그 결과를 믿지 못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와 관련된 수사 결과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공천학살’ 우려가 제기되면서 민주당의 분열과 분당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이 의원이 지금까지 했던 언행을 종합해보면 그런 우려가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재명의 존재는 1년9개월 뒤 총선 승리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의 팬덤인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 역시 당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위협 요인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이 의원을 둘러싼 주변을 보면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개딸이 반대하는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부르면서 다 쫓아내자고 하는데 거기에 이재명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으로는 ‘내부 문제’를 지목했다. 설 의원은 “윤 대통령은 역대 선거를 통틀어 가장 쉬운 상대였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며 “그럼에도 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더불어 이재명의 여러 약점들로 인해 국민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 의원은 이 의원 대비 본인이 가진 장점으로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을 꼽았다. 그는 “1985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뒤 항상 저를 앞세우기 보단 양보하는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이 의원이 과연 그런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비명(비이재명) 후보들 사이에 제기된 단일화 논의에 대해서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어떠한 이의도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설 의원은 “다만 오는 28일 예비경선(컷오프) 전 단일화가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은 든다”며 “28일에 본경선 후보가 셋으로 압축되면 이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두 후보가 자연스럽게 단일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