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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新패권전쟁[정삼기의 경영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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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7월 20일 14: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의 비야디(BYD)가 올 상반기에 테슬라를 제치고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팔았습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까지 생산하는 비야디를 순수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이 오래 전에 비야디에 투자했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테슬라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더 눈길을 끕니다. 자동차 부품은 물론이고, 부품에 들어가는 원자재부터 자동차 판매까지 서플라이 체인 전반을 한 지붕 아래에 두는 수직계열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테슬라파이케이션(Teslafication)'이라고 표현합니다.

테슬라는 세계 곳곳에 기가팩토리를 두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제조합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등 금속업체 인수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테슬라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자동차의 컴퓨팅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테슬라는 자체 컴퓨팅 아키텍쳐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기업들과 밀접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고, 칩 공장까지 인수하려 듭니다. 그리고 아직은 실험 단계에 있지만 자동차 생태계의 끝단인 딜러십까지도 직접 통제하고자 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수직계열화는 테슬라가 처음은 아닙니다. 100여 년 전 자동차 산업 혁신을 주도했던 포드도 고무와 철강을 자체 생산하였고, 심지어 직접 생산한 석탄으로 공장을 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의 수직계열화 방식이 별난 것은 생태계에 필요한 모든 것을 통제하고 모든 과실을 취하는 실리콘밸리의 '풀스텍(full stack)'을 닮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어쩌면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었던, 독선적이고 창의적인 일론 머스크의 기질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기차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곳은 테슬라에 그치지 않습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전기차 산업의 리더가 되려는 비야디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토요타도 반도체와 배터리에 대해 테슬라 못지 않은 탄탄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강자들과 끈끈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포드와 SK, GM과 LG, 메르세데스-벤츠와 ACC, 폭스바겐과 노스볼트 연대는 모두 배터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것입니다. 반도체는 퀄컴과 엔비디아 같은 전문업체들과 동맹 구축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수직계열화 중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소프트웨어입니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시장 규모가 4조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 중 절반이 소프트웨어입니다. 포드는 애플의 자동차 프로젝트 책임자를 영입했고, 페라리는 반도체회사 출신이 지휘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두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토요타도 유사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의 자동차는 달리는 컴퓨터로서, 자동차의 디지털화 종착역인 자율주행차의 등장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660만 대로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났지만, 이는 연간 자동차 판매량의 12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각 국을 보면 천차만별의 차이를 보입니다. 전기차에 가장 친화적인 노르웨이는 지난해 팔린 자동차 열 대 중 아홉이 전기차입니다. 유럽은 지난 5년간 전기차 연평균 판매량 증가율이 61%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중 전기차가 16%로,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그런 반면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미국은 5%에 불과합니다.

현재 지구촌의 자동차는 약 12억 대로 그 중 1600만여 대가 전기차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의 추세라면 2030년에 22% 내지 35%가 전기차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서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쯤 전기차 비중이 60%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복잡한 지정학에 얽힌 공급망 정체와 중국, 러시아 등의 원자재 패권욕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충전 인프라도 문제입니다. 미국은 주유소가 15만여 개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6천여 개에 불과합니다. 이렇듯 전기차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테슬라는 애플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약 16%에 불과하지만, 1000조 원의 시가총액은 아홉 개의 자동차 기업 총액과 맞먹습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8%인 반면, 시가 총액은 약 3000조 원으로 압도적입니다(물론 애플은 스마트폰만 팔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전기차 중 절반이 테슬라, 스마트폰 절반이 아이폰으로 미국인들이 유난히 사랑합니다. 둘 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합니다. 리더들의 영향력은 어지간한 국가 원수를 압도합니다. 그리고 최첨단 기술로 다른 무엇인가를 해낼 것 같은 기대를 품게 합니다.

그런 테슬라의 패권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 판매량이 20% 줄어들며 2020년 초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은 지구촌 곳곳의 '스파이더(spider)' 네트워크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다릅니다. 겹겹의 스파이더 네트워크와 원자재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대응을 필요로 합니다. 지역별 명분은 더 엄청납니다.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며 전통의 강자들이 뭉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먹거리라며 정부 주도로 전기차 생태계를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미시간의 올드보이들이 실리콘밸리의 이단아에게 시장을 내줄 수 없다며 권토중래를 벼르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굉음을 내면서 달리는 점이나 자고 배설하는 게 꼭 인간을 닮아 있습니다. 끝모를 인간의 욕구를 표출하는 동반자로 자동차만한 게 없습니다. 영화가 잘 보여줍니다. '택시드라이버'에서는 뉴욕 밤거리의 구원으로, '델마와 루이스'에서는 해방으로, '데쓰 프루프'에서는 공포와 복수로, '노매드랜드'에서는 치유로, '헤어질 결심'에서는 관음으로 주인과 늘 함께합니다. 지금 청소년기의 전기차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지는 이런 인간의 욕구에 달려있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에베레스트산이요 태평양입니다.

*필자는 삼일회계법인과 KDB산업은행에서 근무했으며 벤처기업 등을 창업·운영하였습니다. 현재는 사모펀드 운용사 서앤컴퍼니의 공동대표로 있습니다. <슈퍼파워 중국개발은행>과 <괜찮은 결혼>을 번역했고 <디지털 국가전략: 4차산업혁명의 길>을 편역했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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