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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빈손' 바이든 보란듯…이란 찾아간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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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을 내방해 튀르키예(터키) 정상과 이란 정상과 연달아 회담을 가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16일)이 끝난 지 3일 만에 이란을 찾았다. 러시아가 서방국가에 맞서려 세력을 과시하려는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란 테헤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과 3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예방했다. 푸틴 대통령이 해외 방문에 나선 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개최된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한다”면서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세계 각국이 미국 달러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에너지·무역·교통 등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회담이 끝난 뒤 양국의 에너지기업은 공동 개발·투자 협력에 합의했다. 외신에선 푸틴 대통령이 서방국가에 세력을 과시하려 이란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푸틴 대통령이 이란, 중국,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행보를 보였다”며 “이는 제재를 이어온 서방국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이란의 국영석유회사(NIOC)와 가즈프롬은 40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관련 협약에 서명했다.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1위(러시아)와 2위(이란)가 동맹을 맺고 서방국가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이번 협약으로 중동 내 입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관계를 고려할 때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우방국들과 대결하기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비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탑재 무인기(UAV)를 지원받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6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드론 비축량을 늘리려 이란을 찾았다”며 “이란은 수백 대에 달하는 UAV를 러시아에 제공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무인기 공급을 비롯해 서방국가의 공급망에 덜 의존하는 무기 시스템을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와도 별도 정상회담을 가진 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안건을 논의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회담 이후 성명을 통해 “튀르키예의 중재로 인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푸틴이 이란을 방문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휘발윳값 인하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 원유 가격이 하락세인 걸 지적하며 미국 정유사에 소비자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밤부터 19일까지 트위터에 잇따라 유가 문제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는
“원유 가격은 6월에 기록했던 최고치에 비해 20%가량 하락했는데 주유소 소매가격은 그 절반만 내렸다”면서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제는 정유사가 소비자들에게 낮아진 가격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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