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을 가질 수 있는 소형 상가를 찾는 문의 전화가 속속 오네요.”(서울 창신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정부가 민간을 앞세워 도심복합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역세권 중 노후주거지역이나 준공업지역에 해당하는 영등포역·문래역·동대문역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엔 시세와 투자 전망을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개발 호재가 있더라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라 빚을 낸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지부진하던 개발 사업 활력 찾나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민간 제안 도심복합개발사업을 새 정부 핵심 정책 과제로 밝힌 뒤 서울 영등포동·문래동·창신동 등 유망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중구·동대문구의 노후주거지역과 영등포구의 준공업지역이 도심복합개발사업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어서다.영등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역세권 중 개발 수준이 낮은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며 “아무래도 영등포역 주변이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점쳐지고 있다 보니 빌라나 소형 상가 시세를 묻는 투자 희망자가 많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 18일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로 주택사업에 각종 특례를 부여하는 민간 제안 도심복합개발사업 도입을 예고했다.
개발 기간이 길고 시공사업단과 각종 갈등을 빚는 조합 설립 대신 부동산 신탁사나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업체)를 참여시켜 신속하게 역세권에 주거·문화·상업 시설이 같이 있는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공용주차장 등 생활 사회간접시설(SOC) 기부채납을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창신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창신동 일대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되는 등 제대로 개발도 해보지 못한 채 노후화가 가속됐다”며 “서울 도심이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역세권 노후지역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답사와 자금 운용 계획은 필수”
부동산 신탁사나 디벨로퍼가 참여해 도심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면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보다 시간이 덜 걸리고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분쟁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도심복합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영향평가를 한 번에 심의할 수 있도록 통합심의를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이렇게 되면 통상 3~4년가량 걸리는 각종 인허가 절차가 2~3년으로 1년가량 단축된다. 정부는 다음달 둘째 주에 예정된 주택 250만 가구 이상 공급 대책 발표에 도심복합개발사업 후보 지역 등 구체적인 방안을 포함할 예정이다.
일선 현장에선 얼어붙었던 매수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영등포구 아파트 매매 건수는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올 5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80건대를 기록했는데, 지난달 48건으로 줄었다. 이달 들어선 매매 계약이 체결된 거래가 7건에 그치고 있다. 창신동이 있는 종로구는 이달 들어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개발 기대가 한층 커졌지만 투자 시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만큼 충분한 현장 답사와 생애주기를 고려한 자금 계획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입지에 민간 개발사업이 빠르게 확대되면 공급·수요를 동시에 살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일반 아파트 분양 때보다 투자 위험도가 높은 만큼 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매입하려면 사전에 충분히 현장 답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