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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간호사들이 코로나 병동을 꺼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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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버려지는 기분이었죠.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간호사 김모씨(27)는 소화기내과 병동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코로나 병동에 차출됐다. 그곳에서 2시간 쪽잠을 자며 일했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버텼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월 병동 폐쇄 이후 병원은 상의도 없이 김씨를 재활의학과에 배치했다. 김씨는 재활의학과를 경험해본 적도, 지망한 적도 없었다. 서운함에 속을 끓이던 그는 결국 병원을 그만두고 말았다.

간호사 송모씨(33)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코로나 병동 중환자실로 차출된 그는 5월에 일반 병동으로 보내졌다. 차출 전 외과계 중환자실 소속이었던 그는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직서를 내라”는 병원의 강압적인 태도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일 때문에 결혼 준비도 미뤘다는 송씨는 “다시는 코로나 병동에 차출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자리’를 잃어버린 코로나 의료 인력이 느끼는 억울함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감염관리수당도 아직 지급받지 못한 이들이 허다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사한 간호사는 “선배 중 아직도 수당을 못 받은 경우를 꽤 많이 봤다”며 “약속받은 대우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왠지 차출이 꺼려진다”고 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토사구팽’당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다음달 하루 감염자 수가 16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시즌2’에서는 간호사들의 영웅적인 희생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김씨와 송씨의 사례처럼 정부와 병원, 그리고 사회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간호사들이 방역 현장 근무를 기피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병동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단절되는 것도 문제다.

경험 없는 간호사가 갑자기 투입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유행 당시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간호사는 “일반 병동에서 코로나 중환자실로 차출된 간호사들이 인공호흡기, 신장투석기(CRRT)가 손에 익지 않아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가 폭증하던 올해 초 현장에 몸을 내던진 의료인들의 헌신은 우리 사회에 값진 선물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들의 희생정신에만 기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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