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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영화를?…美 영화관이 스마트 안경 개발한 이유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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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금융은 없다.’ 어느 기사 제목이다. 은행 점포는 매년 300개씩 사라지는데 노인에게 앱이나 인터넷 뱅킹은 어렵다. 키오스크나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을 하는 시대가 노인에겐 버겁다. 장애인은 소비자에서 소외된 지 오래다. 자필 서명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대출이 거부된 일, 부모 동반을 요구하면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통신 가입이 거절된 일이 뉴스에 오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소비자의 접근권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물과 전기, 가스, 통신과 같은 영역은 물론 기업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EU의 소셜 택소노미는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기준인데, 소비자의 접근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영화관 1위 사업자 리갈 시네마는 2013년 청각 및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소니와 함께 개발한 이 안경을 쓰면 자막과 화면해설이 제공된다. 보통은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 차원이라고 홍보할텐데 리갈은 그러지 않았다. 극장 관객이 줄고 있어 장애인을 영화관으로 유입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장애인도 엄연한 소비자라는 것이다.

영국의 테스코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월마트 등이 매장을 내지 않던 가난한 동네에 매장을 개설했다. 햄버거 가게만 있는 동네에서 신선한 식품과 과일을 팔았다. 지방정부와 시민의 환영을 받은 이 프로젝트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음식사막에 신선한 식품으로 빈곤과 폭력을 몰아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편의점을 살펴보면 경사로가 없다. 대부분의 편의점에 휠체어와 유모차로 들어갈 수가 없다. 최근 법원은 편의점에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 판결했다. 고속버스에 리프트를 설치한 버스가 전혀 없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영화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자막 또는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접근권은 AAAQ라는 프레임으로 발전되고 있다(EU 소셜 택소노미). AAAQ는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성(accessibility), 수용성(acceptability), 품질(quality)의 앞 철자를 조합한 단어다. ‘가용성’은 특정 상품이 충분한 양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접근성’은 상품 및 서비스가 경제적·물리적으로 어떠한 차별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용성’은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 윤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적절해야 함을 말한다. 특히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존중하고 성별과 연령 요건에 민감해야 한다. ‘품질’은 상품 및 서비스가 안전하고 과학적·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품질 표준을 충족함을 뜻한다.

다양한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을 때 시장은 넓어지고 기업의 이익도 커진다. 소비자들은 이런 기업을 신뢰하고 선호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편익도 함께 커질 것이다.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지평 ESG센터 센터장
前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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