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시급한 노동개혁 방안으로 선정한 '근로시간제' 및 '직무급제' 개편을 주도할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18일 킥오프했다. 주52시간제 개편 등이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이라 다음 총선까지 장기 플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구회의 앞으로 4개월간의 여정이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연구회)' 발족식을 가졌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회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 정책 스승'으로 알려진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법학 교수 5명, 경제·경영학 교수 5명, 보건대 교수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각 1명씩으로 구성됐다. 보건 분야 전문가는 근로시간 총량관리제와 관련한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인선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노사 대표자들이 참여한 대립적 구성이 아니라, 연구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특정 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자들로 이뤄졌다. 노동법 분야와 달리 경제·경영학에서는 신진학자들이 다수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연구회는 앞으로 4개월간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다만 연구 결과물 도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근로시간제 개편에 관해 지난 4월 유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까지 연장근로 월단위 총량관리제 관련해 노사 의견을 수렴하고, △2023년 하반기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연구회의 연구가 노사 의견 수렴, 즉 사회적 합의를 갈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식 장관이 업무 보고에서 "(근로시간 개편 이후) 추가 과제 발굴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한다"고 밝힌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 경우 정부가 방향성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연구회가 바람막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연구회의 사회적 합의 기능에 대해서도 '대표성 논란'이 빚어지면서 외부로부터 흔들기에 시달리거나 연구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연구회 활동의 배경 상황도 좋지는 않다. 연장근로 월단위 총량관리제는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인만큼 법개정 절차가 필요하다. 결과물을 내놔도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이 이번 노동개혁의 관건이지만, 노동계 대변인을 자처하는 야당의 저항이 크다.
다음 총선까지는 많은 기간이 남기는 했지만 현재 정부의 지지율 등만 놓고 보면 노동개혁이 법개정으로 화룡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노동개혁안이 지리멸렬해질 경우 추후 추가 개혁 사항 발굴 작업도 지지부진해질 공산이 크다. 연구회가 느끼는 압박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을 위한 직무급제 도입도 녹록지 않다.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까지 '직무 중심 보수·조직관리 강화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직무급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 이후 지속적인 확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현 방안이 두루뭉술하고 도입의 첨병이 돼야 할 공공기관의 저항이 심하다. 자칫 정년만 연장하고 직무급제 도입은 어영부영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과거 박근혜 정부도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동계의 저항을 필두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이 급증하는 등 강력 저항에 부딪힌 바 있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연구회 발족식에 참석해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길고 힘든 여정이 시작됐다"며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를 우선 고쳐나가면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첫발로 ‘중단없는 개혁’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 파업과 같이 부당한 방식으로 요구사항 관철하려는 불법행위도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연구회 구성원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호 경상대 법학과 교수,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나다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