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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바이든의 잘못 끼운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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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세를 보여온 국제 유가가 지난 15일 갑자기 상승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뒤 홀로 언론 앞에 섰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책임이 빈살만에게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사우디 간 정상 회담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을 때부터 예견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벼운 ‘주먹 인사’로 악수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앞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방문 때는 여러 사람과 악수하고 포옹까지 한 터였다. ‘회담이 달갑지 않지만 국제 유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우디 석유 증산 유도 실패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우디가 수주 내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으나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이 “추측이나 정치가 아니라 시장 수요에 따라 증산을 결정할 것”이라고 반박한 것도 예상된 시나리오다. 빈살만 왕세자 역시 “우리는 이미 최대치까지 생산하고 있어 추가 증산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은 건 유가 급등세를 막기 위해서다. 23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국가 중에서 추가 증산에 나설 여력이 있는 사우디의 협조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40여 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9.1%나 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다.

미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퍼즐을 잘못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작년 1월 취임한 이후 석유 등 화석 연료를 억제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친환경 고집에 공급 부족 자초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미국과 캐나다의 원유 수송관인 ‘키스톤XL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를 취소했다. 연방정부 토지와 해양에서의 시추 활동도 금지했다. 메탄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한 뒤 ‘화석 연료 폐기’를 천명하기도 했다. 석유기업들은 셰일 원유 생산에 대한 재투자를 줄였고, 월가는 관련 투자를 일제히 중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 부족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바이든 정부는 자국 석유기업들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추가적인 시설 투자 없이 유가 급등을 기회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게 골자다. 백악관은 “지난달 중순 이후 유가가 20% 떨어졌는데도 기업들은 휘발유 소매 가격을 충분히 낮추지 않고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원유 가격을 공급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휘발유값이 덜 떨어진 건 세금과 부대 비용 때문”이란 기업들의 하소연엔 눈을 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 내 지지율은 30%대 중·후반에 불과하다. 취임 1년6개월여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걷잡을 수 없이 뛰는 물가와 경제 실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급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재고하고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내 자체 원유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는 요구가 거세다. 상당수 전문가가 “해법은 내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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