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없이도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해온 윤이나(19)가 마침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윤이나는 17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박지영(26)을 한 타 차로 따돌렸다.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생애 첫 승을 수확했다. 올 시즌 신인 선수가 거둔 첫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차세대 슈퍼스타’ 예약
올해 골프계에서 가장 화제를 몰고 다니는 선수는 단연 윤이나다.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신인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무리 스타성이 있어도 우승이 없으면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그 공식을 윤이나가 깨뜨렸다”고 말했다. 골프업계가 윤이나를 ‘차세대 슈퍼스타’로 꼽는 이유는 ‘스타 계보’를 잇는 선배들의 장점만 한데 모아놨기 때문이다.장타는 박성현(29)을 빼닮았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1위(263.72야드)다. 박성현이 2016년 국내에서 전성기를 보냈을 때 기록한 비거리(265.59야드)와 비슷하다. 윤이나는 마음만 먹으면 평지에서 300야드 가까이 친다. 이번 대회에선 내리막 경사인 13번홀(파4)에서 316야드를 기록했다. 스윙 스피드는 최대 시속 105마일(168.9㎞)까지 찍힌다. 이 역시 박성현이 전성기 시절 기록한 스피드와 같다. 윤이나는 “부모님과 코치가 어렸을 때부터 OB(아웃오브바운즈)는 생각하지 말고 멀리 치라고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지면 반력을 잘 이용하는 것도 장타를 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송곳 아이언’. 티샷을 멀리 보내니 그린 공략을 짧은 클럽으로 할 수 있어 적중률이 높다. 그의 올해 그린 적중률은 79.9%로 투어 전체 3위다.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고진영(27)을 연상하게 한다.
윤이나를 차세대 슈퍼스타로 꼽는 또 다른 이유는 겸손함과 팬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 그는 캐디에게 클럽을 줄 때 두 손으로 건넨다. 이는 최근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전인지(28)를 떠올리게 한다.
보기를 했을 때도 미소를 잃지 않는 건 윤이나의 전매특허다. 그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팬들에게 인사하고 언론 인터뷰도 기분 좋게 소화하려고 한다”며 “아직 10대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다”고 했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스폰서와 계약할 때 항목을 보면 성적과 인성, ‘장타’ 항목이 있는데 윤이나 선수는 모든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선수”라며 “대형 선수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출전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혀
올봄 윤이나가 1부 투어에 데뷔했을 때 골프계의 관심은 윤이나가 ‘우승할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 우승할 것이냐’였다. 16세부터 국가대표를 했고, 드림(2부)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부 투어가 주는 압박감에 고전했지만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3위를 시작으로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 3일 열린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이번 대회에선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치며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이후 모든 라운드를 선두로 끝내며 우승했다. 최종라운드에선 경기 중반 선두를 내주는 등 위기도 있었으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나온 6m ‘끝내기 퍼트’로 스스로를 위기에서 구했다. 윤이나는 “마지막 퍼트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었다”며 “그 순간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 목표에 대해서도 처음 얘기를 꺼냈다. KLPGA를 평정한 선배들이 그랬듯 그 역시 LPGA투어로 무대를 옮겨 명예의 전당까지 입성하겠다는 것이다. 윤이나는 “LPGA 명예의 전당은 내 최종 목표”라며 “하지만 아직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