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3월생인 A씨는 지난 4월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연금 수급 개시연령인 만 62세가 돼 수급자격이 생겨서다. 최소기간인 10년간 가입해 수령금액은 많지 않지만 '소소한 용돈이 되고 있다'며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1961년생인 B씨는 내년에도 연금을 받지 못한다. 2년 후인 2024년 생일이 지나서야 연금수급 자격이 생긴다. 나이차이는 1년인데 연금은 2년 뒤에 받게되는 셈이다.
만 60세→만 65세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수급연령
이는 1998년 연금개혁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만 60세가 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나이였다. 하지만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1998년 1차 연금개혁을 통해 지급개시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2013년부터 2033년까지 약 20여년에 걸쳐 5세를 높이도록 한 것이다.이에 따라 1952년 이전 출생자는 만 60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있지만 1953~1956년생은 만 61세부터, 1957~1960년생은 만 62세부터 연금을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 1960년생도 이 개혁이 없었다면 2년 전인 2020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1961~1964년생은 1년 더 늦은 만 63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1961년생은 2024년, 1962년생은 2025년이 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시기다. 1965~1968년생은 만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물론 추가적인 연금 개혁을 통해 1970년 이후 출생자들의 연금 수급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990년대생은 만 70세가 넘어서야 연금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덴마크·이탈리아는 수급연령 70세로 높일 계획
국민연금 지급연령은 한국이 낮은 편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평균 연금수급 개시연령은 만 64.2세였다. 만 62세로 정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등이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는 만 67세가 돼야 연금을 주고 있다.대부분 국가들은 연금 개시연령을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덴마크와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등은 기대여명을 반영해 연금 지급 연령을 5세 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되면 덴마크, 이탈리아 등의 국민들은 만 70세가 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연금 수급연령을 높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연금 수급 연령을 만 67세로 상향조정하려다 반발에 막혀 2024년 이후로 연기했다.
OECD는 연금수급연령을 높이더라도 조기에 연금을 주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정치적 절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덴마크는 만 61세 이전에 42년간의 가입기간이 있는 사람은 만 67세가 되기 3년 전부터 감액 없이 연금을 준다. 리투아니아는 조기연금 감액률을 0.4%에서 0.32%로 낮췄다.
한국도 연금 연령을 높일 경우 조기연금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조기연금을 5년 전부터 신청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연금이 1년에 6%씩 줄어든다. 월 100만원 수급자격이 있는 경우 5년 전부터 받으면 70만원만을 수령하게 된다. 감액비율을 일부 완화하는 식으로 조기노령연금 수급을 유도하면 고령화시대에 연금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용이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