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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값 치솟고 찾는 사람은 줄어…동네떡집, 3년새 700곳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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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TV에 자주 나올 때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이제 단골손님도 점점 줄고 재료값만 계속 올라요. 지금은 그냥 노는 거나 마찬가지죠 뭐.”

15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옆 떡집 골목. 수십년째 이곳에서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숙 씨는 “점점 손님이 줄어들다가 코로나19 이후 잔치떡을 찾는 수요까지 뚝 떨어져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쌀 가격은 내렸지만 식용유, 호두, 콩, 잣 등은 30% 정도 올라 전체 재료비는 오히려 늘었다”며 “어쩔 수 없이 한 팩에 3000원 하던 쑥떡, 인절미, 시루떡 등을 4000원으로 올리긴 했는데, 손님이 더 줄어들까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동네 떡집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떡을 먹는 이들이 줄어드는 건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이라 어느 정도 적응해오던 추세. 단골손님과 행사용 떡 덕에 근근이 유지하던 매출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폭락을 면치 못하더니, 이후 고개를 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콩과 팥 등 떡에 많이 쓰이는 수입 재료 값도 물류비용 증가와 환율 상승 등으로 크게 올라 수익이 뚝 떨어졌다.
◆매년 200~300개씩 줄어드는 떡집
이날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에 따르면 전국 떡집 수는 2018년 약 1만7200개, 지난해 1만6500개로 매년 200~300개씩 줄어들고 있다. 프랜차이즈 떡집 빚은 매장도 2015년 110개에서 올해 50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낙원동에서 떡집을 운영하다 프랜차이즈 카페로 사업을 전환한 안모씨는 “예전엔 낙원 떡집 골목에 열 곳이 넘는 떡집이 있었지만 이제 단 세 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떡집 불황은 올 들어 유독 심해졌다. 서울 노원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50대 서모씨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30% 정도 감소했다”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전년 동기보다 더 줄었다”고 했다.

수요 감소의 배경으로 돌 떡, 결혼식 떡, 이사 떡 등 대량주문 손님이 줄었다는 게 꼽힌다. 낙원동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코로나19 이전엔 그래도 한 달에 10건 정도 결혼식 떡 주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아야 3건 정도”라며 “요즘 결혼식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떡을 찾는 손님은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떡을 돌리거나 선물하는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김모씨(29)는 “우리 부처는 시보떡을 돌리지 않는다”며 “부처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떡을 돌리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보떡은 초임 공무원이 6개월간 시보가 끝나면 이를 기념해 돌리는 떡으로, 해당 관행은 지난해 강한 내부 비판을 받았다.

식문화 변화로 인해 신규 수요층이 생기지 않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이동민 강릉원주대 식품가공유통학과 교수는 “빵, 케이크, 도넛, 아이스크림 등 수많은 대체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떡이 신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사로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기간에 가정용 오븐 등이 대거 보급되는 등 ‘홈베이킹’ 문화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빵이나 쿠키를 구워먹는 게 정착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떡집 휘청하자 농가도 시름
쌀을 제외한 주요 재료값이 상승한 것도 떡집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외국산 붉은 팥 40㎏ 가격은 26만7600원으로 1년 전(24만2160원) 대비 10%, 평년(17만5960원) 대비 52% 올랐다. 수입 콩은 올해 3월 ㎏당 3639원에서 6월 3768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2분기 참기름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5.5% 상승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생활필수품 중 밀가루, 식용유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최정탁 한국떡류제조업협동조합 전무는 “주로 중국,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팥은 협동조합에서 1년에 900~1000t을 공동구매하는데 인천항에 들어올 때 달러로 값을 치른다”며 “안 그래도 팥 가격이 올랐는데 원·달러 환율까지 1300원을 넘나들자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가래떡 등을 제외한 대부분 떡은 쌀이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 정도다. 콩, 팥, 호두, 잣, 참기름 등 국내 자급률이 낮은 재료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서씨는 “재료비, 배달비, 포장비뿐만 아니라 구인난에 인건비까지 올랐다”며 “결국 떡 가격을 20%가량 인상했다”고 말했다.

떡집이 휘청거리는 것은 농가에도 타격이다. 떡류 제조업이 전체 쌀 가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26%로 제일 크기 때문이다. 전체 쌀 소비량 중 쌀 가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다.

이규봉 웬떡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67)는 “정부가 기술투자, 교육투자로 젊은 사람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이들이 개발한 새로운 떡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다면 전통과 농가가 다 함께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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