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지난 14일 '5G 통신요금제 개편을 통한 소비자 권익증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11일 5G 중간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하자 이에 대한 민의(民意)를 청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중간요금제에 15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과기부에서 불참했다. 의견 수렴 과정 없이 탁상행정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 현행 요금제는 10GB와 100GB 이상(무제한급)으로 이원화돼 있다. 데이터를 적게 쓰는 라이트 유저 혹은 데이터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헤비유저만을 대상으로 한 요금제만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통신사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자 SK텔레콤이 24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만9000원 요금제 등을 담은 중간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첫 신호탄을 끊었다.
중간요금제는 유보신고제 대상이다. 과기부에서 공정 경쟁 저해 등의 여부를 살핀 뒤 신청서 제출 15일 이내에 수리하거나 반려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SK텔레콤에서 중간요금제를 신청하자마자 긴급하게 토론회를 편성한 것도 과기부의 심사 과정에서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이날 토론회에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과기부 관계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윤두현 의원실에서는 "과기부에 토론자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심사를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심사 과정에서 민의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지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과기부에서 불참하다 보니 토론회의 당초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간요금제 출시의 목적이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서였지만 정작 통신사 입맛에 맞춘 또 다른 요금제 출시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미 과기부와 통신사 간에 중간요금제에 대한 합의가 미리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이종호 과기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전 중간요금제를 신청했던 것도 이 같은 의혹에 무게를 실어준다.
토론회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수십 명의 여당 의원들이 모였다. 한 참석자는 "국회 토론회에 의원들이 이렇게 많이 몰린 것은 오랜만이다"라고 했으며, "과장을 조금 보태서 취재진보다 의원들이 더 많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토론회에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등 여당 의원들이 다수 참석한 것이 오히려 씁쓸했다는 반응이다. 통신 요금제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이 큰 이유는 그만큼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과기부 불참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이는 이유다.
토론회에서 SK텔레콤이 제출한 중간요금 기준 데이터가 24GB가 적정한지, 가격이 적정한지, 또 추가적인 중간요금제 구간 신설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논의가 펼쳐졌지만 과기부에 전달됐을지는 의문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