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 이후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올 들어 5월까지 전국 임대차 계약 10건 중 5건이 월세로 거래됐다.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후 전세 보증금이 급등한 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셋집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의미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신고일 기준)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51.9%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41.9%에서 10%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44.7%에서 53.2%로 높아졌다. 전세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주택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 선호도가 높았던 국내 임대차 시장이 월세 우위로 돌아선 것은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이 결정적이었다. 법 개정 후 첫 전세 계약 갱신 때 전세금 인상률 상한(5%) 이내에서 보증금을 올렸던 집주인들이 4년치 보증금 상승분을 한 번에 올리면서 전세 거주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5%룰) 시행 직전인 2020년 1~5월 월세 거래 비율은 40.2%에 그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가 부족하고 전세금이 급등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0년 6월 4억9148만원에서 지난달 6억7792만원으로 2년간 38% 올랐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이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가 여섯 차례 인상된 여파도 크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가 연 5%대로 치솟으면서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3.19%·5월 서울 아파트 기준)을 웃돌고 있다. 보증금 1억원을 대출받을 때 내는 연 이자(500만원)가 같은 액수의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의 지출(319만원)보다 많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월세 수요가 늘어나자 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25만6000원으로 1년 전(113만7000원)보다 10.5% 상승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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