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를 넘어섰다. 41년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상승률이다.
미국 노동부는 올 6월 CPI가 1년 전보다 9.1% 올랐다고 13일 발표했다. 1981년 11월(9.6%) 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지난 5월 세운 기록(8.6%)을 갈아치웠다.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은 5월 1.0%에서 6월 1.3%로 높아졌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5.9% 뛰었다.
이날 나온 수치는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앞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지난달 CPI 상승률은 8.8%였다. UBS 등 일부 투자은행에서 가장 높게 제시한 상승률도 9.0%였다. 지난달 근원 CPI 상승률도 시장 전망치(5.7%)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의 주범은 휘발유로 분석됐다. 지난달 미국 휘발유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60%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은 탓이다. 이외에도 식료품 가격과 주거 비용이 크게 올랐다.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6월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힘을 잃었다고 CNBC는 전했다.
앞서 이날 CPI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이달부터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지난달 중순 이후 하락하고 있어서다. 6월 중순 사상 처음으로 갤런(약 3.8L)당 5달러를 돌파했던 미국 휘발유 가격은 최근 4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CPI는 오는 26~27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나온 수치다. Fed는 이달 회의에서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쇼크에 이날 미국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달러 가치는 상승하며 1유로 가치가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장중 0.998달러로 내려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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