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인천 아파트 전셋값이 반년 내리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던 송도가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이고 있어 하방 압력마저 커지고 있어 집값이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부동산 업계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지난달 4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는 3억원대에도 같은 면적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지역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이 단지 신규 전세가는 5억원 내외였지만, 현재는 저층의 경우 3억5000만원에도 매물을 구할 수 있다"면서 "1년 만에 전셋값이 1억원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주변 단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송도SK뷰' 전용 84㎡는 6억원까지 올랐던 전셋값이 최근 3억5000만원까지 내려왔고, '송도더샵퍼스트파크' 전용 84㎡도 6억원을 호가하던 전셋값이 최근 4억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전셋값이 6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롯데캐슬캠퍼스타운' 전용 84㎡ 역시 최근 거래가격은 5억원이다.
송도동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20년부터 전셋값이 오르면서 송도 밖으로 나간 이들이 적지 않았던 탓에 지금은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신규 계약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비해 (전셋값이) 대부분 1억원 내외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계약이 만료돼 세입자를 구해달라는 집주인은 많은데, 집을 보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 송도동 단지의 전세가율은 44~50% 내외다. 인천의 평균 전세가율 67%와 비교해 20% 가까이 낮고 전국 평균 전세가율인 63.8%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20년과 2021년 전세가에 비해 집값이 크게 올랐고, 하락세로 돌아선 올해는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더 많이 빠진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도 집값은 2020년 12.72%, 2021년 32.22% 급등했다. 이 시기 전셋값도 각각 17.63%, 20.31% 올랐다.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올해는 조정이 이뤄지는 셈인데, 올해 들어 집값 하락 폭이 1.75%에 그친 데 비해 전셋값은 6.2% 내리며 집값보다 더 약세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7월 첫 주 인천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2.9로, 올해 1월 첫 주 100.2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매매수급지수도 99.3에서 91.8로 하락했다. 매매와 전세 거래 모두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 기간 인천 연수구의 매물은 매매와 전세 각각 3400여건에서 5000여건으로 47%, 1100여건에서 1900여건으로 72.7% 늘어 적체가 심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셋값 하락이 향후 입주 물량과 맞물려 집값 하락을 견인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천시는 2025년까지 18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송도에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1만5000가구 입주가 예정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송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에 투자자 유입도 많았던 지역"이라며 "인천은 입주 물량도 많다. 청라, 검단 등 저렴한 신규 주택으로 옮기는 이들이 늘면 전셋값이 떨어지고, 갭투자에 나섰던 다주택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셋값 하락이 갭투자자의 매물 출회와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형석 우대빵 부동산 연구소장도 "송도는 대기업이 많아 수요가 탄탄한 지역이지만, 최근 공급 물량이 너무 많다"며 "입주 물량이 해소되기 전까진 전셋값과 집값의 동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입주 물량이 해소되어야 GTX-B 노선, 월판선 등의 교통 호재가 반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