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헌정 사상 최초 30대 당대표’로 화려하게 등판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하며 ‘이준석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 세력과의 잦은 갈등과 성 상납 의혹으로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날 윤리위원회 결정으로 그의 정치 생명은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이 대표가 지난 1년여 동안 당에 안긴 성과는 적지 않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0선’ 경력으로 나경원 전 의원 등 당내 거물급 경쟁자들을 제치고 승리하자마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선언해 2030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청년층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당원도 20만 명 수준에서 약 80만 명으로 네 배 늘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지난 대선 당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갈등을 빚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장제원·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과 인선 문제를 두고 다투다가 급기야 대선 본선 기간 지방으로 잠행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직접 이 대표를 찾아가 파국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갈등을 온전히 봉합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부터 제기된 성 상납 의혹도 끊임없이 그의 리더십에 충격을 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권을 지켜내며 재기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자진 사퇴 없이 ‘재심·가처분 소송’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징계 결정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당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성 상납 의혹 관련 경찰 수사 결과와 2030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비롯한 여론의 향배 등이 이 대표의 기사회생 여부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