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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가족'의 개념, 그리고 변화 요구에 직면한 상속재산분할과 기여분 [이응교 변호사의 상속분쟁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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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의 상속분쟁 전문가인 이응교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아들 둘을 둔 어머니가 오랜 병상생활 끝에 사망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살며 곁에서 병시중을 들었던 장남과, 오래전 분가해 남남처럼 살아온 차남이 어머니의 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똑같이 상속받는다면 과연 공평한 일일까.

민법은 위와 같은 사례에서 불합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1990년도부터 기여분 제도를 도입했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서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해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이를 상속분의 산정에 고려하는 제도’다. 그리고 기여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②상속인이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여분 청구는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즉, 유류분 소송에서 기여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만약 어머니의 상속재산이 없고, 어머니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차남이 결혼할 당시 차남에게 증여하였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장남은 어머니 사망 이후 차남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장남의 유류분 비율은 장남의 법정상속분 1/2에서 다시 1/2을 곱한 1/4이 된다. 장남은 차남에게 증여된 부동산 중 1/4에 대해서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장남이 “생전에 자신이 어머니의 병시중을 하면서 어머니를 특별히 부양했다”는 이유로 이보다 더 높은 비율을 주장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 없다.

기여분의 청구는 상속재산 분할 청구가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분할할 상속재산이 없는 경우 기여분 청구도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미 증여된 재산에 대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에서는 아무리 기여분을 주장하더라도 그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는 것이다.

또한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 기여분 청구가 이뤄지더라도 기여분이 인정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비율이 높은 건 드문 일이다. 이는 기여분이 인정되기 위해 ‘특별한’ 부양 또는 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대한 ‘특별한’ 기여가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부간에는 기본적으로 상호 동거의무와 부양의무가 있다. 따라서 법원은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러한 부양이 원래의 의무에 해당하는 1차적 부양의무 정도라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원래의 부양의무를 넘어선 ‘특별한 부양’에 이른 경우만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양이 특별한 부양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다양한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만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그만큼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은 그 요건이 엄격하고 법원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된다.


반면, 성년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는 2차적 부양의무다. 따라서 성년자녀가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한 경우.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 배우자의 기여분 보다는 자녀의 기여분이 상대적으로 좀 더 손쉽게 인정되는 이유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실제 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받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과 전통적 의미의 가족공동체 와해 등 시대적 변화는 기여분 제도에 대해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특별한 부양이 아니라고 평가받던 일도 현시점에선 충분히 특별한 부양이 될 수 있다. 또한 혈연으로 묶인 가족이라 해도 남남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 가족의 의미가 법 적용 시에도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이 가족 구성원의 법률상 의무를 넘어선 도덕적 의무를 강제하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수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향후 기여분 제도도 이러한 방향으로 더욱 확대되고 적극적으로 운용돼야 할 것이다.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42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대금융법무과정 제8기 수료
가족법학회 회원
상속신탁연구회 회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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