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정부 내 각종 위원회가 대거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그제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정부위원회 추진계획’을 보면 629개에 달하는 중앙정부 소속 각종 위원회 중 200~300개 정도가 통폐합될 전망이다. 위원회 정비계획은 이전 정부에서도 자주 발표됐지만 대개 용두사미가 됐다. ‘말 따로, 결과 따로’인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해온 데다 대통령실부터 20개에 달하는 소속 위원회의 70%를 줄여 솔선수범하겠다니 각별한 기대를 갖게 된다.
사실 정부위원회만큼 양면성이 극명한 제도도 많지 않다. 정책에 전문가 식견을 다양하게 반영하고, 공무원 상설조직보다 비용도 적게 들어 잘만 운영하면 나무랄 게 없다. 문제는 조직만 키운 채 행정의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고, 심지어 정부 내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60개 중 3분의 1이 올 들어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던 사실을 보면 유명무실한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정부조직 내 행정위원회부터 개별 설치법에 따른 특별위원회와 단순 자문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법적 지위와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대통령실 위원회들을 보면 업무도 불명확한 판에 연평균 33억원의 예산을 썼다니 적지 않은 나랏돈 낭비다. ‘한국형 파킨슨법칙’이 딱 들어맞는 전근대 행정의 한 단면이고, 위원회공화국의 현주소다.
이번 위원회 정비계획이 공공개혁의 일환이라면 이 정도에서 끝나선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로 가면 위원회는 2만8000여 개에 달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의 군살 빼기다. 부(部) 처(處)를 넘어 청(廳)과 산하 공공기관으로 가면 비대한 조직과 유명무실한 부서가 한둘이 아니다. 인구는 급감하는데 조직과 정원은 그대로인 지자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노골적으로 공공부문을 비대화시킨 문재인 정권의 ‘큰 정부’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이 정도에서 멈추면 “핵심에는 손도 못 대고 변죽만 울리는 거냐”라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공공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부 스스로 명확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도록 해야 한다. 지금 같은 집권 초기에 몰아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일부 위원회는 성격상 국회 협조도 필요하다. 공공과 행정의 효율화는 경제위기 극복에도 꼭 필요한 만큼 야당도 어깃장을 놓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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