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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대비 준비금 쌓아라"…은행들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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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대출 부실에 대비한 손실흡수 능력(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확대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쓰기 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늘릴수록 이익이 줄어들고 배당 여력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도 손실흡수 능력 확대가 자회사인 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배당 축소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배당 축소 시그널’ 우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인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손준비금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은행들이 직접 산정해 쌓는 대손충당금 외에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돈이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별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 조건에 ‘경제 전망’을 반영해 추가 적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 지원 조치를 받은 대출 잔액이 133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금리 인상 시 대출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손준비금은 회계상 배당 재원으로 쓰이는 이익잉여금에 반영돼 배당 여력을 제한한다. 시중은행들이 쌓은 대손준비금(18조1000억원)과 대손충당금(19조5000억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총 37조6000억원 규모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의 이익잉여금은 20조원을 웃돌아 대손준비금을 늘려도 실제 배당엔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대손준비금 확대를 ‘배당 축소 시그널’로 받아들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60~70%에 달한다. 가뜩이나 국내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이 25% 안팎으로 30~40% 수준인 미국, 유럽에 비해 낮은 편인데 이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주주들도 금융주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4대 금융지주 주가는 10% 넘게 떨어지며 시가총액이 10조원 넘게 증발했다.
금리 오르면 충당금 눈덩이
은행들은 올해 2분기 결산부터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처지다. 금감원과 시중은행이 참여한 ‘대손충당금 미래 전망 반영 방식 개선 태스크포스(TF)’가 경제성장률 등 미래 전망 반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이유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한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TF의 지침을 반영한 결과 기존보다 10%가량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비용으로 분류되는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날수록 은행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수록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연 1.75%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연 2.75%로 오르면 시중은행은 6조1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14조4000억원)의 42.3%에 달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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