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도 ‘연 3% 정기예금 시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도 9년 만에 연 3%를 넘어섰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올렸다. 이 상품에 12개월 이상 만기로 가입하면 최고 연 3.0%의 금리가 적용된다.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가운데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3%대에 진입한 것이다.특판을 제외한 연 3%대 금리 정기예금은 2013년 이후 시중은행에서 자취를 감췄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지속해서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연 2.0%에서 2011년 연 3.25%로 뛰었다가 2016년(연 1.25%)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인 ‘2022년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1년6개월 만기는 최고 연 3.2%의 금리가 적용된다. 당초 2조원 한도로 내놓은 상품이지만, 고객이 몰리자 우리은행은 가입 한도를 1조2000억원 추가로 늘렸다.
신한은행은 창업 40주년을 맞아 특판상품인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창업 40주년 감사)’을 출시했다. 각각 최고 연 4.0%, 연 3.2%의 금리가 적용된다.
○예금 금리 상승 배경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은 780조6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9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3월 전달 대비 2조4000억원 감소한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신액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며 “저축은행은 조만간 연 4%대 금리의 정기예금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했다.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속속 올리는 데는 금융당국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 상승을 용인하다가 예금금리와의 격차가 너무 커지자 예금과 적금금리를 높이도록 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신액 사수 나선 저축은행권
저축은행들도 수신금리 인상에 발 빠르게 나섰다. 지난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09%로 집계됐다. 2013년 5월 연 3.16%에서 2.97%로 떨어진 이후 처음 3.0%를 넘어섰다.대형 저축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일찌감치 연 3.0%를 넘겼다. SBI저축은행은 연 3.05%, OK저축은행은 연 3.3%로 끌어올렸다. 키움예스저축은행의 SB톡톡 회전yes정기예금 금리가 연 3.52%로 전체 저축은행 중에서 가장 높다. NH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연 3.50%)과 대신저축은행의 더드리고정기예금(연 3.50%)도 높은 편이다. 엠에스저축은행의 ‘e-정기예금’ 역시 연 3.50%의 금리를 적용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연말까지 당국이 요구한 ‘중금리대출 비중’을 맞추려면 많은 수신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케이뱅크가 코드K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인상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코드K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연 3.0%, 2년 만기 연 3.2%, 3년 만기 연 3.5%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1일부터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2.7%에서 3.0%로 올렸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