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확보를 위해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의 70%가 넘는 숫자가 찬성해 파업을 가결시켰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이는 4년 만에 벌이는 파업으로, 공급망 불안으로 생산차질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1일 전체 조합원(4만6568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자 4만958명(투표율 87.9%) 중 3만3436명(재적 대비 71.8%)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6시45분부터 울산공장을 비롯한 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판매점 등에서 전체 조합원 4만6000명가량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벌였다.
역대 현대차 노조 파업 투표에서 부결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투표도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2일 사측과의 12차 임단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한 뒤 같은 달 23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오는 4일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교섭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파업권을 합법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노조는 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핵심 요구안으로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외에 호봉제도 개선과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인원 충원, 정년연장(임금피크제 폐지와 연계), 해고자 복직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추가 일감 확보를 위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투자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국내 공장 경쟁력 강화 노사공동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했다.
노조가 실제 파업을 하면 4년 만이다. 2019~2021년 당시 이상수 노조위원장은 실리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일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가결됐으나 실제 파업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강성 노조 집행부가 집권했던 2012~2018년에는 7년 연속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안현호 현 현대차 노조 지부장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사내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출신이다.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으로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라 파업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일괄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여름 휴가 전인 이달 중순이나 말쯤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