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순방을 마치고 1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산적한 정치 현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다. 개별 현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정 운영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의 운명도 좌우될 전망이다.
우선 당 안팎에서 비판받으며 흔들리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오는 7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인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결정될 경우 이 대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 윤리위 결정에 반발하면 여당의 내홍이 길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 대표와 친윤(친윤석열) 그룹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만큼 내홍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개입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윤리위 징계 결과와 관련된 분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이 대표와의 교감을 나눌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달 27일 윤 대통령이 출국할 때 마중하지 못했던 이 대표는 이날 성남 서울공항으로 나가 윤 대통령을 영접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이 대표가 윤심(尹心)을 얻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 등 3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 여부도 7월 정국에 중요한 변수다. 대통령실이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시한인 지난달 29일을 넘기면서 윤 대통령은 언제든 박 후보자 등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 기간 동안 관련 악재가 늘었다. 김승희 후보자가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일선 검찰청에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인 성일종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 임명 강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다시 한번 복지부 장관 후보가 낙마할 경우 인사검증 부실 등의 문제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 구성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 대치도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경제위기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가운데 원 구성이 되지 않으면서 정부가 내놓은 각종 민생 대책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서다. 야당에서는 원 구성 협상 조건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비롯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후속조치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번 주말이라도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