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6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의 결론이 이르면 이달 중 나온다는 소식이다. 론스타가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 지 19년,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4조7000억원의 배당 및 매각 이익을 챙기고 2012년 한국 시장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챙겨 격렬한 ‘먹튀 논란’이 일었다. 론스타는 2006년 국민은행에 외환은행 지분을 넘기려다 무산된 뒤 이듬해 9월 영국계 은행 HSBC와 5조9376억원에 매각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이를 승인할 수 없다며 결정을 미뤘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HSBC가 인수를 포기했다. 론스타는 결국 2011년 12월 3조9157억원에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비등했다.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외환은행과 합병시킬 당시 외환은행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막대한 이익을 챙겨 한국을 떠나면서도 46억7950만달러(약 6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국 정부가 HSBC와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시키고, 차별적이고 자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정당하게 일정을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과세 논란에 대해선 “론스타가 내세우는 벨기에 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으려고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 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와 론스타 ISDS 사건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돼온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한국 정부의 패소가 확정되면 한국 정부의 조세·금융 정책과 그동안 론스타 과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무력화되고, 최악의 경우 6조원에 달하는 돈을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론스타 사건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외환은행을 해외 사모펀드에 넘긴 것은 은행 부도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일정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선고가 나온다면 당시 정책 판단의 적정성을 놓고 그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거센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 책임을 규명하고 추궁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애초에 이런 사태를 불러들인 외환위기와 은행 부실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사후적 결과에만 책임을 지라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국고에 큰 손실이 났는데도 어물쩍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나.
이번에 불리한 판정을 받는 쪽은 불복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부터 2018년 말까지 내려진 중재판정 170건 중 60건에 대해 불복 신청이 이뤄진 가운데 5건만 취소됐을 정도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어떤 경우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2012년 론스타로부터 첫 ISDS 소송을 당한 뒤 대응이 아마추어식이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현재도 해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S 소송이 9건에 이른다. 2019년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의 대주주인 다야니 가문을 상대로 한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경험도 있다. 국제 분쟁 대응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법무부 내 국제분쟁실 신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기업 간 거래는 더 복잡해지고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법률을 제·개정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의 소송 제기 가능성이 없는지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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