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온 DRX와 T1이 지난 29일 모두 패배했다. 칼을 갈고 있던 리브 샌드박스와 광동 프릭스가 승리를 쟁취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날 경기 전까지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와 팬들은 DRX와 T1의 승리를 점쳤다. 어쩌면 당연하다. DRX와 T1은 전승 중인 공동 1위 팀이었다. 그에 반해 리브 샌박은 2승 2패, 광동은 1승 3패를 기록 중인 중하위권 팀이었다. 네이버 e스포츠에서 진행하는 승부 예측에서 리브 샌박과 광동의 승리를 예측한 비율은 각각 5%와 2%에 불과했다. 리브 샌박과 광동은 이를 비웃듯 뛰어난 경기력으로 승리했다.
리브 샌박과 광동의 승리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바로 유연한 밴픽이었다.
리브 샌박은 DRX와의 3경기에서 챔피언 아지르의 위치를 마지막에 바꾸며 상대의 카드를 카운터 쳤다. 주로 미드 라인에서 쓰이는 아지르를 리브 샌박은 탑 라인으로 보낸 것이다. 미드 라이너로 활동하다 탑 라이너로 전향한 도브(김재연)가 있기에 가능한 선택지였다. 상대의 허를 찌른 이 선택은 제대로 통했다. 시종일관 상대 탑 라이너인 킹겐(황성훈)을 압박한 도브는 3킬 1데스 8어시스트로 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광동 역시 준비된 밴픽으로 T1을 흔들었다. 유럽 리그 등에서 등장한 세라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세트에선 바텀 라인에 세나와 세라핀을 조합했다. 초반 라인전에선 밀렸지만 후반 한타에서 지속력과 CC기를 활용해 활약을 펼쳤다.
3세트에선 T1이 이를 의식한 듯 세나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광동의 준비성은 이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세나를 사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애쉬를 꺼내 들었다. 예상과 달리 원딜러가 아닌 서포터 역할을 맡겼다. 나르와 오공 그리고 오른으로 구성한 상체로 인해 부족한 AP데미지를 보충하기 위해 세라핀을 주요 딜러로 삼은 것이다. 원딜러로서 애쉬를 자주 사용해온 테디(박진성)는 높은 챔피언 이해도를 바탕으로 시종일관 궁극의 스킬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우리는 스포츠를 보며 늘 반전을 기대한다. 데이터가 지배하는 요즘 스포츠에선 선수들의 기술과 재능, 커리어로 승률을 분석하고 승부의 결과를 예측한다. 하지만 만약 그 모든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우리는 스포츠에 열광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한 팀이 패배하고, 무조건 질 거라고 생각한 팀이 극적으로 승리한다. 이 같은 드라마가 스포츠의 매력이다. 리브 샌박과 광동은 자신들을 조연 취급한 예측을 당당히 뒤집고 ‘승부의 세계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